만호는 자신이 그동안 너무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며칠 쉬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다시 산길을
달려 내려왔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했던 왼쪽 눈이 계속 불편했다. 딱
히 아픈 것도 아니어서 보건소를 가기도 뭐해서 참고 참았지만 한
쪽 눈이 정확하게 잘 보이지 않으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양
념을 넣을 때나 불 앞에서 요리를 할 때에도 잠시 멈칫거리는 시
간이 많아졌다.
'우째 이리 눈이 안 보이노... 병원에 함 가봐야 하나...'
만호는 기가 빠져 허해서 그런가, 눈은 아프지도 않은데 왜 그럴
까 궁리를 하다가 어느 날 새벽, 병원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점심 때 장사할 재료의 밑 손질을 모두 끝마치고 새벽 첫차를 타
고 대구에 있는 안과를 찾았다. 점심 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돌
아오려면 새벽 열차를 타는 수밖에 없어서 만호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병원은 문을 열지 않았다. 만호는 근처 가게
에서 간단하게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만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제 막 간호사들이 청소를 한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요, 왼쪽 눈에 자꾸 뭐가 있는 것처럼, 살랑살랑 움직이
는데 와 그럽니까?"
만호의 눈을 커다란 돋보기 같은 것으로 살피던 의사는 엑스레
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일차적인 검사였기에 만호는 사진을 찍고
다시 의사 앞에 앉았다.
"대개 너무 몸이 피곤해도 그럴 수 있고, 염증이 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폐가 안 좋거나 장기에 문제가 있으면 눈으로 그 증
상이 나타나기도 하구요. 일단은 좀 더 지켜본 후에 그래도 안 나
으면 정식으로 치료를 받아보지요."
의사는 너무 무리해서 일을 하지 말 것과 최대한 눈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만호는 서둘러 다시 청도로 돌아왔다. 새벽에 서둘러 나선 길이
었지만 진찰을 받고 다시 열차를 타고 돌아오니 겨우 점심시간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빠듯했다.
만호는 아픈 눈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또다시 점심 장사를 시작
했다. 의사는 일단 약을 주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지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왼쪽 눈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