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태가 만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만호는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용태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많이 쉬었다. 이제 돈을 벌어야 안 되것나? 언제까지 군
식구로 있것노?"
"맞다, 주방일이 어디 거기 한 군데 뿐이가?"
그때부터 만호는 용태와 함께 여기저기 아는 중국집에서 일을
했다. 주로 그동안의 경력이 인정되어 라면장으로 있거나 혹은 작
은 중국집 같은 경우에는 주방장으로도 일하기도 했다.
여러 중국집을 다니다 보니 지역마다, 주인장마다 약간의 특색
이 있었다. 어느 동네는 자장면이나 짬뽕보다는 특별요리가 많이
나가기도 해서 코스 중화요리를 재대로 배울 수 있었다. 이것저것
을 돌아다니며 경험도 쌓고 실력도 늘었다. 그렇게 만호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몇 군데 주방장 경험을 쌓던 만호는 한 일주일 정도 쉬던 때가
있었다.
그 때도 역시나 집에 돌아와 늘어지게 잠도 자고, 동생들
과 놀러 가기도 했다. 또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찾아가 오
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용태가 고향에 함께 놀
러 가자고 찾아왔다.
"고향에 가 그냥 놀자는 말이고?"
"놀 때까지 놀다가 노는 게 싫증나면 일하면 안 되것나."
"니는 참말로 팔자 늘어져 좋다. 내는 지금도 좀이 쑤시는데."
용태가 못 말린다는 듯 만호를 툭 치며 웃었다. 용태와는 벌써
몇 년째 같은 주방에서 일했다. 꼭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만호가 그만두면 얼마 안 있어 용태가 뛰쳐나왔고, 용태
가 그만두고 나면 만호가 나오고 하는 식이 되풀이 되었다. 그러
다 또 만나서 함께 놀다가 일자리를 구하고는 했다. 참 묘한 인연
이었다. 이번에도 용태가 만호가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어 역
시나 일을 그만두고 만호네 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기 아이고, 내캉 고향에 내려가 같이 일하자."
"일?"
사실 용태가 관둔 건 고향인 청도로 내려와 함께 일하자는 사람
이 있어서라고 햇다. 고향에 아는 형이 중국집을 차렸는데, 요리
를 잘 하는 주방장을 찾는다는 이야기였다. 용태네 고향에는 아직
중화요리집이 몇 군데 없어서 장사가 꽤 잘되는 모양이었다.
"내는 홀을 보고 니가 주방을 보면, 금방 돈 벌 것 같드만. 그 행
님도, 월급 잘 쳐준다 캤고, 노는 셈치고 가서 이야기나 들어보고
괜찮으면 그냥 눌러 앉고. 어떻노?"
만호는 한 번도 집을 떠나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조금은 호
기심도 있었다. 그 길로 만호는 용태와 함께 청도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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