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거의 일주일을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았다. 중학교를 그
만두고 나서 처음 맛보는 휴식이었다. 단 한 번도 쉴 새 없이 이일
저일 매달려 살아온 것을 알고 있는 큰형과 형수는 군소리 없이
만호를 쉬게 해주었다.
가끔 쉬다가 지치면 형수와 동생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주었다.
어찌나 맛잇게 먹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행님아! 진짜로 맛나다! 우째 이렇게 맛나노?"
"맛있나? 많이 묵으라. 또 해줄 끼구마."
동생들은 입에 자장 소스를 잔뜩 묻힌 채 면발을 후루룩 먹었다.
만호 역시 그렇게 맛있게 먹어 주는 가족들을 보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며칠을 쉬고 있을 때 순화루에서 같이 일하던 용태가 찾
아왔다. 용태는 만호와 한 방을 쓰던 아이였다. 용태는 커다란 가
방을 마루에 턱 하니 놓으며 만호를 보고 씨익 웃었다.
만호는 뜻밖의 손님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용태를 쳐다보았다.
"한참 일할 시간에 무신 일이고?"
만호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말했다. 용태가 마루에 대자로
드러누우며 활짝 웃었다.
"내도 때려칬다! 월급도 안 올려주믄서 일은 엄청시킨다 아이가."
"하하하. 니도?"
만호가 용태를 바라보며 같이 마루에 벌렁 드러누웠다. 푸른 하
늘 속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잇었다.
"하늘 참 맑다! 이리 하늘을 보는 게 얼있만이고."
만호와 용태는 햇빛에 눈이 부셔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하늘을 보
며 인상을 썼다. 만호가 옆에 누운 용태를 보며 말했다.
"이제 직장도 그만두고 우짤 끼고?"
"우짜긴 뭘 우째. 고향에 갈라 칸다. 내 순화루에 취직한 후로
한 번도 몬 갔다 아이가. 이번에 내려가몬 그냥 거기 눌러 살기다.
일단은 좀 쉬고. 하하."
"자슥! 근디 참말로 중호는 어쩌고 있노?"
용태는 중호라는 말에 귀찮다는 듯이 만호를 바라보며 눈을 흘
겼다.
"니 어디 갔냐고 내 붙잡고 엄청 괴롭혔다 아이가! 그러다가 니
참말로 관둔 거 알고는 바로 도망쳤다. 고향으로는 안 간다 카고,
들어보이 다른 중국집에서 일 한다 카더라.'
"중호도 이제 좀 편해져야 할 낀데..."
"참, 만호야. 니 내랑 우리 고향 내려가서 좀 안 쉴래? 내 혼자
가기 심심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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