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만 그렇게 쳐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번부터 조금씩 올려
서 나중에는 제대로 쳐줄테니까네. 너무 채근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그라. 알긋나?"
만호는 사장의 말이 이 순간을 피하고 보자는 식의 생각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장은 늘 돈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말하며 요
리조리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면 또 온갖 핑계를 대며
피해나갔다.
어찌 보면 사장은 월급을 올려줄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만호도
이번에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다부지게 말했다.
"그동안 그 월급 받고 일했따꼬 다들 내보고 미쳤다 카드만요.
당장 안 올려주모 그만 둘랍니다! 그리 아이소!"
"알았다. 알았다니까! 올려준다! 올려줘!"
그렇게 사장과 만호의 대화는 끝이 났다. 만호는 이번 달부터 월
급이 재대로 나오겠지 하고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방장의
월급은 아니어도 최소한 라면장 수준의 월급은 손에 쥘 수 있겠구
나 싶어서 월급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두 배 정도는 오른 월급
을 들고 집에 가면 식구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해 할까 생각하
며 괜히 혼자서 해벌쭉 웃기도 했었다.
드디어 월급날이 되었다. 만호는 배시시 흘러나오는 기대감에
찬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월급봉투를 받아 들었다. 사장은 월급
을 주며 특히 만호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만호 역시 꾸벅 고개
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주방으로 돌아온 만호는 월급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기쁜 마음
으로 돈을 세어보던 만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평소 만호가
받던 월급에서 딱 반 만이 오른 거였다. 분명히 두 배 이상은 더
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줘야 한다고 얘기했음에도 사장은 만호의
말을 궛등으로도 듣지 않은 것이었다.
만호는 정말로 화가 났다. 다른 주방에 가도 이보다는 더 많이
받을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정이 있어 머물렀던 것인데, 자신을
이렇게 대우해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만호는 미련 없이 가방을 쌌다. 다시 사장과 월급을 가지고 이야
기한다는 것도 구차스러워 보였다. 만호는 집에 다녀온다는 말을
남긴 채 가방을 들고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는 그 길로 집으로 가
서 다시는 순화루에 돌아가지 않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