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그 말에 창대를 한 번 쳐다보다 수습하려는 것인지 만호
를 보며 말했다.
"우쨌든... 훔친 건 중호 저 놈이잖아!"
사장이 마지못해 한마디 한다는 듯이 창대를 바라보며 다시 물
었다.
"정말 네가 시켰나?"
창대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라예! 만호 저 녀석이 괜히 그라는 겁니더! 중호한테 물어
보이소! 제가 아니라 만호 저 녀석이 시켰는지도 모르는 일이라
예!"
"뭐라? 그럼 만호도 한패란 말이가?"
만호는 기가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이미 사장은 창대 편인 것 같았다.
만호는 중호를 바라보다 사장에게 한마디 했다.
"좋심더. 사장님이 창대 말만 믿고 제 말은 안 믿는다 카모, 지가
그만두겠습니더! 밀린 월급이나 주이소!"
만호는 내려가는 사장을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정씨 아저씨도
그만둔 판에, 더 이상 순화루에 대한 미련도 있지 않
았다. 좋게 그만두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호는 숙소로 올라가 짐을 챙겼다. 당장 그만둘 생각에서였다.
중호가 졸졸 따라와 훌쩍이며 만호를 바라보았다. 만호는 훌쩍이
는 중호를 보며 한마디 했다.
"니 땜시 그만두는 것이 아이다. 니도 어디를 가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된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장땡은 아이다. 싫은 건
싫다 카고, 못하는 건 못한다 캐라. 안 한것도 했다 카니까네, 창
대 같은 놈들이 더 얕잡아 보는 기다! 알긋나?"
말이나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지 중호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사장이 정작 그만두라고 한 사람은 중호이고 만호는 옆
에서 창대의 나쁜 짓을 사장에게 이야기한 것 뿐인데 이런 결과가
되었다. 중호는 사장의 눈치를 보며 홀에서 부지런히 걸레로 바닥
을 닦고 있었다.
만호는 짐 가방을 든 채 사장 앞으로 다가갔다. 만호는 말없이
사장을 쳐다보았다. 사장은 짐짓 놀란 눈치였다. 정말로 만호가
짐을 챙겨 가지고 나가겠다고 하자, 놀란 모양이었다. 사장은 만호를
빤히 바라보다 만호를 이끌로 옆방으로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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