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하늘 하얀마음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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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하늘 하얀마음 2탄

순화루로 옮기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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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15-09-09 15:18 조회1,0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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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씨 아저씨 덕분에 만호는 순화루에서 주방 일을 하게 되었다.

 천순반점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경력을 인정받은 데다 정씨 아저

씨가 소개를 해줬기 때문에 사장님은 별말 없이 만호가 주방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했다.

 또한 중국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는 것도 주방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였다. 정씨 아저씨는 바쁜 시간이 지나

고 나면 만호에게 직접 면을 뽑아보게 하고 요리하고 남은 음식을

가지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맞혀 보라며 중화요리 양념에 대

해서도 알려주었다. 만호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고 난 후

혼자서 주방에 남아 면 뽑는 연습을 하는 날도 많았다.

 정씨 아저씨의 특별한 배려가 있기는 햇지만 아직까지 만호가

하는 일은 주방보조였다. 주방장 바로 밑에 라면장이라는 부주방

장이 있었고, 그 아래 보조들이 여러 명 따라붙는 형태였다. 만호

는 주방보조가 되어 온갖 주방의 잡일을 처리했다. 주방 일이 적성

에 맞기는 했지만 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연탄을 이용해 아궁이에 장작처럼 쌓아올려 음식을 만들던 때라,

 늘 아침저녁으로 연탄을 주방으로 옮기는 일도 만호의 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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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 말고도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주방 정리, 재료 분리와 주방

식구들의 옷 정리도 모두 만호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 일은 만호

말고도 또 한 명의 아이와 함께 했다. 만호보다 한 해 일찍 들어온

중호라는 아이였는데, 약간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었다. 아무리 말

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했고, 행동이 굼떠 매일 주방 형들과 홀 종

업원들에게 꾸중을 듣거나 욕을 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삐쩍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중호는 매일 다른 사람

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일이었다. 어떤 일을 시켜도 단번에 끝내

는 법이 없어서 시키다시키다 끝내는 만호에게 다시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중호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

며 주방 창고에 가서 울었다. 가끔 바쁠 때는 중호 때문에 일을 배

로 해야 해서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만호는 그런 중호가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중호는 울릉도 섬 끝자락에서 살다 가족들이 입이라도 하나 줄

일 요량으로 아는 친척분의 소개로 순화루에 오게 되었다고 햇다.

 1년째 순화루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월급은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고, 용돈 정도만 받았다고 햇다. 남들이 하기 싫어 하고

힘든 일은 모두 중호의 차지였지만 사장님은 밥을 먹여주는 것만

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조금만 실수를 해도 중호에게 고향

으로 돌라가라며 윽박질렀다. 또한 주방이나 홀의 형들 역시 온갖

일들을 중호에게 시켰다.

 그날도 중호는 사장님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바쁜 점심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주방 식구들이 잠시 휴식을 가질 때였다. 어디

로 배달을 갔다 왔는지 사장님은 배달통을 열어 놓은 채 중호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도대체 만두가 왜 세 개밖에 안 갔는데? 말해 봐라?"

 중호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꼈다.

 "니가 배달가다 묵은나? 만두 다 먹고 세 개만 배달하는 녀석이

어데 있노. 어이?"

 만호는 지나가다 힐끔 중호를 바라보았다.

 "도둑놈의 자슥! 이러려면 당장 고향으로 내려가라! 니 같은 녀

석은 필요 음따!"

 중국인 사장님은 중국말과 한국말을 섞어가며 삿대질을 했다.

 "너 때문에 만두 두 접시를 서비스 했는 데도 모자라 다시는 우

리 집에서 요리를 시켜먹지 않겠다고 하는데! 손님들 다 떨어지면

니가 책임질끼가?"

 사장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아무 말도 못하는 중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다 중호의 따귀를 때렸다. 중호는 훌쩍이면서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깜짝 놀라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

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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