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기... 냄새가 달아가..."
그 말에 만호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먹을 돈이 없으니
냄새라도 맡겠다는 심사였다. 만호는 어쩐지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 밥도 몬 묵었제?"
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하나 주까?" 어느새 아이는 침이 꿀꺽 넘어가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만호는
하드 통을 열고 아이스께끼 하나를 꺼내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걸 묵기 전에 밥부터 먼저 묵어야 할 낀데... 주먹밥은 내가 다
묵었고...,이기라도 묵으라. 돈은 필요엄따."
아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동안 만호를 바라보았다.
만호는 아이를 향해 아이스께끼를 가까이 내밀었다. 까맣게 때가
낀 손으로 아이는 아이스께끼를 받아들였다. 그러더니 껍질을 벗
겨내고 게 눈 감추듯 쪽쪽 소리를 내며 맛있게 아이스께끼를 먹어
치웠다. 만호는 아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천천히 묵으라. 너무 급하게 묵으모, 찬기라 탈 날끼다..." 아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스께끼를 빨아
먹는 아이를 보자 만호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팔 낀데, 이리 막 줘도 됩니꺼?" 아이가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입
안 가득 아이스께끼를 밀어 넣고 있었다. 만호는 별 걱정을 다한
다는 듯한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대꾸했다.
"와, 몬팔모 니가 팔아줄라꼬?"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말 자기가 팔아야 하는 건가 싶은 얼굴로
아이는 먹던 것을 멈추고 만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만호가 큰소리
로 웃으며 아이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아이다! 무라. 그냥 묵어라. 니한테 팔라꼬 안 칸다."
그제야 아이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맛잇게 아이스께끼 하나를
모두 먹은 아이가 쓰윽 입을 닦으며 말했다.
"처음 먹어 봤어예. 달달하고 시원하다 캐서 참말로 그란가, 거
짓부렁인가 궁금했는데... 헤헤." 만호가 제법 엄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다짐을 받듯 말했다.
"내는 거짓부렁은 안 한다!" "헤헤."
"그란데 니는 와 소풍 안 가고 예 있노?" 그날은 초등학교 소풍날이었고, 만호는 소풍에 따라가지 못하여
허탕을 친 터라, 하루 종일 읍내를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고 있던 참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