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하늘은 더 없이 푸르렀다. 그래서 만호의 마음은 더더
욱 우중충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바로 초등학교의 소풍날이라서
학생들을 따라가 아이스께끼 장사를 해 볼 생각이었는데, 학교측
에서 만호를 소풍에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었다.
만호는 힘없이 터덜터덜 초등학교를 벗어나 읍내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호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려보니, 저만치 나무 뒤로
그림자 하나가 잽싸게 몸을 감췄다. 작고 여린 그림자였다. 학교
정문에서 하드 통을 메고 있을 때부터 내내 만호를 따라 다니던
바로 그 그림자였다.
만호는 하드 통을 멘 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거기에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쯤 되었을까 싶은
여자아이가 꾀죄죄한 몰골로 손가락을 빨며 나무 뒤에 숨어서 고
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가난한 냄시가 풀풀 풍기
는 아이였다. 보아하니 밥도 먹지 못한 듯 싶었다. 만호는 그 아이
를 보면서 문득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니! 와 자꾸 낼 따라 댕기노?" 만호의 목소리에 아이가 더욱 고개를 깊이 파묻었다. 그때까지
도 아이는 손가락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만호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 물었다.
"니, 아이스께끼 묵고 싶어 그라나?" 아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 몸짓에서 만호는 부정보다
더 강한 긍정의 기운을 느꼈다. 아이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는 돈이 없어예."
아이가 다시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만호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얼마큼
가던 만호가 다시 휙 하고 뒤돌아보았다. 몇 발자국 떨어진 채로
여전히 아이는 만호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스께끼를 먹는다는 것도 아임서 왜 따라오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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