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만호는 아픔을 참으며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얼마 전에 다섯 대 맞을 것을 엄살을 부리다가 열 대나
맞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큰누나는 특히 공부할 때면 무섭게 만호를 대했다. 다섯 대를 때
리고 나서야 큰누나는 회초리를 내렸다. 만호가 절뚝이며 방바닥
에 떨어진 문제지를 집어 들었다. 큰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바느질감을 집어 들고 일을 계속했다.
방구석에서 문제지를 확인하던 만호는 금세 환하게 웃다가 이내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총 36개의 문제 중에서 겨우 2문제밖에 틀
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호는 큰누나를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지금까지 본 시험 중에
서 제일 잘 본 점수인데 왜 종아리를 맞은 것인지 억울했기 때문
이었다. 결국 만호는 왜!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누부야! 2개밖에 안 틀렸는데 와 때맀노?"
큰누나는 하던 바느질만 계속하며, 만호 쪽으로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2개 틀린 건 틀린거 아이가. 100점 맞을 때까지 계속 맞을 줄
알그라!"
만호가 입을 실룩거렸다.
"그래도 제일로 잘한 점수인데... 매를 때리나 때리기를..."
만호가 눈이 찢어지게 큰누나를 째려보았다. 큰누나가 곧은 자
세로 한마디 내질렀다.
"뱁새눈으로 쏘아보지 말고, 부엌에 가면 고구마 있을 끼다. 그나
끄내 묵으라."
만호는 화를 참지 못하여 요란하게 방문을 열었다. 부엌으로 향
하는 만호의 뒤통수에 대고 큰누나가 말했다.
"고구마 찰지다. 물하고 같이 묵으라."
만호가 분노의 바람을 일으키고 나가자, 큰누나가 잽싸게 만호
의 문제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서럽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동안 만호가 치룬 시험지가 차곡차곡 모아져 있었다.
큰누나는 만호의 시험지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모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오듯 쫙쫙 빗금이 쳐진 시험지 대신에 이
제는 둥그런 동그라미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단 2개만이 틀린 거였다. 큰누나는 만호의
시험지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
며 시험지를 서럽에 넣었다.
큰누나는 벽 위에 걸린 어머니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었다.
"어무이, 우리 만호가 오늘 2개밖에 안 틀렸어예. 기특하지예?"
큰누나는 아마도 환하게 웃고 계실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해서인
지 아니면 만호가 자랑스러워서인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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