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자신의 하드 통을 열고 아이스께끼를 하나 꺼내들었다.
보기만 해도 어느새 입안에 침이 돌았다.
만호는 지금까지 자신이 파는 아이스께끼를 , 맨 처음 팔기 시작
할 때 한 번 먹어본 후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먹지 않았다. 왜
냐하면 한번 아이스께끼에 맛을 들이면 계속해서 먹고 싶어질 것
같아서 참았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도 소풍 왔다 생각하고, 하나 묵어도 되긋제?'
만호는 스스로에게 양해를 구하듯 아이스께끼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아이스께끼를 입에 넣자마자, 얼음이 스르르 녹아 들었다.
달달하고 맛있는 얼음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시원하고 상
쾌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이 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는 듯했다.
그러자 아이스께끼 하나가 금방 없어져버렸다. 만호는 아이스께
끼를 맛있게 먹고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깨끗해진 막대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씩 아껴 먹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렇
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남은
아이스께끼를 팔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드 통을 둘러맸
다. 그때 저쪽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만호를 향해 다가왔다. 그
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스께끼 3개만 도!"
만호는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보지도 않은 채 둘러맨 하드 통을
열며 중얼거렸다.
"원판 찍기 잘만 하몬, 같은 값으로 5개도 묵을 수 있다..."
고개를 들던 만호는 그만 멈칫하였다. 아이들이 비아냥거리듯
만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한 반이었던 아이들이었다. 만호가 육성회비를
못 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 때면, 매번 만호를 향해 거지 자식
이라고 놀리던 그 무리들이었다. 만호는 그런 아이들을 힐긋 바라
보았다. 그냥 아이스께끼를 사먹기위해 온 것이 아니란 것쯤은
만호도 이미 알아차렸다. 만호는 하드 통을 더욱 단단하게 거머쥐
었다. 이때 아이들 중 한 명이 만호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우리는 소풍을 왔는데, 니는 학교도 안 다니믄서 모할라꼬 왔는데?"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맞장구를 쳤다.
"아이스께끼 팔러 왔지, 왜 왔겠노! 돈이 않으이 돈을 벌어야제!"
이럴 때는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이스께끼 묵을 거 아니면, 그만 가그라." 만호는 입술을 깨물며 아이스께끼를 다시 통에 넣으려 했다.
아이들이 낄낄거리며 만호 손에 들린 아이스께끼를 빼앗듯이 집
어 들었다.
"이거 더러운 거 아이가? 거지 자식이 파는 아이스께끼는 어떤
맛이고?" 만호는 주먹을 꼬옥 쥐며 참았다.
"돈 내그라. 아이스께끼 값."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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