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패싸움에 휘말려 만호는 한동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어쩌면 사람들
에 대해 너무 많이 실망을 한 탓일지도 몰랐다. 일도 대충대충 처
리했고,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새벽시장에 나가는 일도 라면장과
사장님에게 가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만호는 주방장이 된 이후
줄곧 손수 새벽시장을 봐왔다. 신선한 재료를 사와 좀 더 맛있게
요리를 내놓는 것이 주방장의 첫 번째 일이라고 여긴 까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만호가 온 후로 이곳 중국집은 단골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 만호가 새벽시장을 나가지 않자, 사장님과
라면장, 홀 직원들이 만호의 눈치를 슬슬 보곤 했다.
그러나 그 무렵, 사장님은 가게를 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장사
도 잘 되고, 지리적인 위치도 좋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가
계를 팔라며 조르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지내던 사장은 만호마저 시큰둥
해지자,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라면장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참에 만호 역시 더 이상 미련 없는 가게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사장이 오면 도 그 스타일에 맞추어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호 주방장이 없으면, 내가 이 가게를 인수 안 했다." "예?"
"몬 들었나? 내는 만호 주방장이 만들어 준 짬뽕을 억수로 좋아
한데이! 그게 참말로 진국이었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한데이!"
새로 온 사장님은 성품이 넉넉한 사람이었다. 지난 일은 훌훌 털
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며 한사코 만호를 붙잡았다.
그러면서 만호의 월급을 올려주고, 라면장도 마음에 맞는 사람
을 알아서 구하라고 했다. 또한 주방 일에 관해서는 만호가 알아
서 하라며 전권을 주었다. 재료에서부터 주방의 기강을 잡는 것까
지 모두 만호에게 일임했다.
"내는 척 보면 사람을 안다."
사장님이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 지켜보이, 전 사장이 영판 사람이 옹졸한 기라. 진짜 사람을
몬 알아보고. 만호 자네가 그만 둔다 캐가 부리나케 식당을 인수
한 거 아이가! 앞으로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 잘 만들어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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