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만호의 이야기를 듣고 양쪽에게 잔뜩 겁을 주었다. 고소
를 하게 되면 조사를 받을 것이고, 만약 양쪽에서 모두 치고받
은 것이 되면 쌍방 고소도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합의금도 양
쪽에서 모두 물어야 되고 복잡하게 된다고 일장연설을 하자, 양
쪽 모두 꼬리 감춘 호랑이들 마냥 수그러들었다.
싸움은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나온 양쪽의 청년들은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졌다.
라면장은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투털거렸다.
"저런 놈들은 뜨거운 맛을 보여 줘야 되는데..."
"뭐 잘했다고 큰소리고!"
만호는 성질이 나서 성큼성큼 걸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것
이 다행인 것 같았다. 증국집으로 돌아오자 이미 소식을 듣고 달
려온 사장님이 라면장을 불러 야단을 쳤다.
사장님은 만호에게 미안하다며 라면장을 잘 타일러서 사람 좀 만
들어 보라며 달래주었다. 라면장은 사장님의 가까운 친구의 아들이
라고 하였는데 알고 보니 친척의 부탁으로 와 있는 사고뭉치라고
했다. 일은 그렇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패싸움을 했던 일행 중 하나가 중국집으로 왔다.
얼굴에는 잔뜩 반창고를 붙이고 턱에는 깁스를 한 채였다. 그러더
니 함께 온 어머니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만호를 데려
오라며 소리를 쳤다. 만호는 주섬주섬 홀로 나가 그 청년을 바라
보았다. 그때까지도 만호는 그 청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만큼
패싸움에서도 눈에 띄지 않던 청년이었다.
"어떤 놈이 우리 아 턱을 이리 만들어 놨는지 내 얼굴 좀 볼라꼬
왔다! 어떤 놈이고!"
만호는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라면장을 불렀다. 낮잠을 자고
있던 라면장이 하품을 하며 나왔다. 라면장 역시 이 사태가 무슨
일인가 잘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정태야, 누구고! 누가 니 얼굴을 이리 만들어 놨노! 이 놈이가?
아니면 저 놈이가!"
만호와 라면장은 서로를 바라보며 멀뚱거렸다. 도대체 어떤 일
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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