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을 치려고 불러 세워서 몇 마디 하다 보면 어느새 피식 웃음
이 새어 나오곤 했다. 체질적으로 분란이나 싸움을 싫어하는 만호
인지라, 야단도 곱게 친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그런지 라
면장은 식당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장도 자기 아버지
의 친구이기에 더없이 편하게 대하곤 했다.
그 욱하는 성질만 좀 죽이면 어떻게 가르쳐 볼만도 하련만, 매번
튕겨서 나가니, 일을 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뭐 하나만 시키면,
버럭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손끝도 야무지지 못했다. 국물을 질질
흘리고 다니기에 예사였고, 재료들을 손질하라고 하면 버리는 게
배는 더 되었다. 재료 좀 아끼라고 잔소리라도 하면 도리어 큰 소
리였다.
"원래 큰 식당에서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 법이라예. 이 식당이
왜 더 크게 안 되는 줄 압니꺼! 주방장님 통이 콩알만 해가, 재료
를 아껴가 그러는거 아임니꺼! 이 까짓게 무슨 대수인교!"
"손님상에 나가는 음식 재료를 아끼라는 게 아이고, 니가 땅바닥
에 버리는 재료를 아끼라는 말이다! 이 녀석아! 우째 성한 것보다
버리는 기 더 많노! 그래가 남아 나긋나!"
잔소리 안 하기로 유명한 만호마저 하루가 멀다 하고 큰소리가
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고도 남는다며 홀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렇게 매일매일 고성이 오가는 주방인지라, 이제는
홀 직원도 그러려니, 사장도 나몰라 했다. 주방 식구이니 알아서
단속을 하라는 것 같았다. 속이 뒤집어 지는 것은 만호 혼자였다.
라면장이 그렇게 한 마디에 열 바디 토를 달다 보니 자연스레 일
은 줄어들었고, 라면장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만호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용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몸이 조금
고되어도 참아야지 하며 지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참고 또 참았던 만호에게 뜻하지도 않은 사건이
일어났다. 패싸움이었다.
그날도 가게는 점심나절 더없이 분주하고 정신없게 돌아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음식을 해내느라 거의 힘이 없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바쁜 점심시간이 어는 정도 정리가 되고 한가할
무렵, 단체로 청년들이 들어왔다.
무슨 행사를 마치고 온 참인지, 모두 같은 제복을 입고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청년들은 짜장면과 요리를
시켰다. 한차례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난 후라, 만호는 숙소에서 잠
시 쉬고 있다가 불려 나가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그건 라면장도
마찬가지였다. 라면장은 불려 나오면서 입이 나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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