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좀 죽이라!"
오늘도 만호는 얼굴을 붉히며 라면장에게 화를 냈다. 정씨 아저
씨가 소개해 준 중국집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제법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었다. 사장님 수완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장 근처에 자리를 잘 잡아서 꾸준히 손님이 오는 곳이었다.
게다가 만호가 주방장으로 오면서 맛도 깔끔해졌다며 소문이 나
서 점심때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많았다. 그래서
사장님은 만호 밑에 라면장을 한 명 붙여 준 것이었다.
부산 시내에 잇는 큰 중국집에서 라면장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성격이 불같고, 자주 화를 내곤 했다. 별일도 아닌데 직원들과의
마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홀 직원이나 사장님은 만호를 불렀
다. 아랫사람 단속을 어떻게 하는 거냐며 도리어 푸념을 했다. 만
호와는 전혀 상관없는 싸움이었지만 한 직장에서 일하는 아랫사
람의 잘못을 가만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하루걸러 한 번씩 만호는 라면장을 불러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는 조용하게 타일렀지만 도대체 먹혀들지가 않았다. 매번 그때 뿐
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급기야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니가 싸움꾼이가? 우째 그리 하루가 멀다꼬 싸움질이고? 싸움
질이!"
"손님이 먼저 쳤다 안 합니꺼!"
"어디! 어디를 쳤는데! 홀에서 지나다 쳤으면, 씨게 쳤겠나!"
라면장은 어후어후 거리며 억울하다는 듯 제 가슴팍을 쳤다. 그
커다란 덩치로 제 가슴을 내려칠 때면 괜히 만호 가슴이 퍽퍽 맞
는 듯 하였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우째 그리 속 알맹이가 없노! 한 직장에서
얼굴 붉히면서 싸우면 조트나?"
"내는 건들지만 않으믄, 양보다 순한 사람이라예!"
"엥? 이리 큰 양이 어디 있드노!"
"주방장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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