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과 조카들이 만호가 올 때만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
는 만호가 해주는 맛난 음식 때문이었다. 만호는 중국집에서 만들
던 짜장면과 탕수육 등을 아이들에게 해주곤 했다. 꼭 고기가 아
니어도 온갖 재료를 곁들여 달달하게 만들어 주면 순식간에 달려
들어 깨끗하게 해치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만호는 자신이 중국음식 만드는 기술을 배운 것이
참 잘한 일 같다며 큰형에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한바탕 아이들
과 만남의 정을 나누고 나서야 만호는 큰형님 내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만호가 미안한 얼굴로 형수를 보며 물었다.
"고생 많았지예?"
어린 나이에 형에게 시집을 와 만호의 동생들뿐 아니라 네 명이
나 되는 아이들을 돌본 형수였다.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결혼하자마자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그
많은 식구를 보살펴 준 고마운 분이었다. 그래도 형수는 항상 만
호를 더 안쓰러워했다. 그것이 아마도 어른의 모습인 것 같았다.
형수는 만호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엄청 힘들었나보네. 손이 우째 이리 거치노. 힘들었지예?"
형수님의 그 따스한 말 한 마디에 그동안의 고생과 설움이 툭 터
져 나올 듯 했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 아니라예."
만호의 갑작스런 눈물에 형수도 눈물을 훔쳤다. 그 옆에서 두 사
람을 바라보던 큰형이 돌아앉으며 한마디 했다.
"다 큰 자슥이 우찌 그리 마음이 여리노."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누구보다 만호를 가슴 아파하는 건 큰형일
터였다. 학교를 그만둘 때도 그렇게 때리고 말렸던 형이었다.
만호는 강진에서의 억울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원래는 한 3년
잡고 내려간 터여서 너무 일찍 돌아온 만호에 대해 말은 안 해도
다들 궁금해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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