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어 그저 머리를 긁적이자 짐작하겠다는
듯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비도 안 주고 쫓아 보냈는가. 아따. 야박시럽네. 전라도 사람
들 다 욕 먹이는 심사구만이라. 얼마나 모자르는가?"
만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그기..."
"오늘 총각 덕에 꽤 재미를 보았응께, 조금 보태줘도 되겠는가?"
만호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예! 그럴려고 한 거이 아이라, 그냥 제 어무이가 생각이
나가 도운 거 뿐이라예! 괘안심더!"
"어땀시! 총각이 겁나게 쑥스러움을 타는가 뵈. 나도 동생 같아
서 그러는 것잉께! 그냥 받아두시오!"
그래도 인심이 사납지 않았던지, 국밥집 아주머니는 차비에 보
태라고 하루 일한 돈을 해주었다. 만호가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사양을 하자 아주머니가 만호의 윗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어주며
친절하게 웃었다.
"정 미안시럽끄로 낼 아침나절에 장작이나 패주면 고맙제."
소탈하고 넉넉한 아주머니였다.
덕분에 만호는 강진을 떠날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난 만호
는 장작을 패고, 아주머니가 음식 준비하는 것도 거들었다. 재료
손질도 하고, 미리 담가 놓았던 고기도 솥에 얹어 끓였다. 아주머니
는 만호가 일을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이리 일 잘하는 총각을 어찌 내보냈을까잉. 총각, 혹시 부산에
가서 일이 잘 안 되면 바로 오시오? 내랑 일하게!"
"예."
만호도 흐뭇하게 웃었다. 하룻밤 일하며 쌓은 정이기는 하지만
만호는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에 정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만호가 짐을 챙겨서
버스정류장으로 나서려 하자 아주머니는 부산 가는 길에 먹으라
며 찹쌀떡도 조금 내주었다. 든든한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을
만한 양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을 붙이고 산 것 마냥, 만호의 가슴은 한껏 뿌
듯했다. 강진 중국집에서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어느새 그래도 믿을 건 사람밖에 없다는 생각이
만호의 가슴에 차올랐다.
만호는 부산으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자꾸만 아주머니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정류장이었지만 그래도 따스한
아주머니의 정이 느껴지는 듯, 따스하고 포근했다.
만호는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
왔다. 몇 달 동안 피곤하고 지친 마음이 말끔하게 씻겨나간 느낌
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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