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치고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만호와 여동생에게는 시계가 돌아왔다.
어쩌면 그때의 일 전후를 따져봐야 했는지도 몰랐다. 만호는 평소
껄껄 호탕하게 웃곤 하던 옆집 아저씨를 그대로 믿었다.
그것이 화근이엇다. 아버지가 남들의 말을 잘 믿어 몇 번이고 돈
을 떼인 적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도 문제는 없었을지도 몰랐다.
만호가 시계를 물꾸러미 바라보다 궁금해서 물었다.
"일이 우째 됐는데예?"
아버지가 무슨 비밀이야기를 털어놓듯 작은 소리로 만호에게 말
했다.
"구청에 들어가 보이 일이 그렇더라. 큰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
테는 보상금도 몇 배나 더 많이 주고, 집이 작으면, 보상금도 송아
지 뿔만큼이나 조금 주더라. 아주 차이가 마이 난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 옆집 아저씨 집이랑 우리 집이랑 하나로 묶어서
신고하자 캐서 그리했지."
만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래도 된답니꺼?"
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호탕하게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기제!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란 게 안 되
는 게 어딨노. 다 중간에서 이리저리 해결하면, 좋게 되는 기제.
옆집 아저씨와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다
아이가. 그래서 한 필지로 신고를 해 삐렸다!"
마치 커다란 일을 해결하고 온 것처럼 아버지는 의기양양 외쳤
다. 만호는 아버지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의심스러웠지만 워낙에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는지라, 일단은 믿어 보기로 했다.
시내로 나온 만호는, 중국집사장님에게 이 일을 물어 보았다. 중
국집사장님은 도시계획사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하였지만,
한 필지로 한 사람의 이름으로 신고를 하면 그건 신고한 사람의
것이 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느그 집을 옆집 아저씨헌티 빼
앗기는 거 아이가? 잘 알아봤나?"
만호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워낙 철저하
게 옆집 아저씨를 믿는 터라 어쩔 수 없었다.
"구청에 함 알아 보그라.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든가."
아무래도 불안했던 만호는 구청에 가 다른 철거 지역사람들은
어떻게 신고를 했는지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터
만큼 솔직하게 신고를 했지만 몇 몇 가구들은 두 집, 세집을
합쳐 하나의 집으로 신고한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