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조금씩 큰형의 빈자리를 메워 갈 무렵, 큰형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린 집이 도시계획정비구역으로 들어가 철거 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막 새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다 싶었
는데 그런 소리가 들리자 온 가족들은 다시 슬픔에 휩싸였다.
"아부지가 쌓아올린 집인데..."
"이 집이 헐리믄, 우리는 어디서 사노?"
어린 조카들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예쁜 집을 떠날 생각을 하자
마음이 아른 모양이었다. 그건 만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도시계획에 따라 철거를 하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알
아보겠다며 자주 동내에 나가 아는 아저씨들을 만났다.
예전 같으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조카들과 함께 저녁을 보
내던 아버지가 자주 늦게 들어오시곤 했다. 한 번은 술을 얼큰하게
드시고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버지는 일하고 돌아온 만호를 곁에 불러 앉혔다.
"내가 모두 알아봤는데 그 보상금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이 나온
다 카더라."
만호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보상금예?"
"그래. 집이 철거되는 사람들한테는 따로 살 집을 마련할 돈을
나라에서 준다 카더라. 그 돈으로 모두 다른 곳으로 가 집을 산다
카는데, 엄청스레 많이 나온다 카데."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었다.
"니 큰형이 가면서 이리 도움을 주고 가는 갑다. 지금 집보다 훨
씬 크고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카던데. 좋은 곳에 터를 잘
잡은 탓 아니겠나."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일이 술술 풀리는 거였다. 물론
큰형과의 추억이 있는 집이긴 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이
사를 할 수 있다니, 아주 잘못된 일만은 아니라고 만호는 생각했
다. 형수 역시, 이 지역이 철거가 된다면, 아이들 아버지와 추억은
사라지겠지만 그 덕에 편한 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픈 마음을 달래는 듯했다.
아버지는 구청에도 가고, 철거 지역사람들도 만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궁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철거대책
반이라는 것도 만들어 지역사람들끼리 의견을 조율해 구청에 금
액을 제시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주로 옆집에 살던 아저씨와 함께
행동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옆집의 아저씨는 구청업무
에 무척 밝은 거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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