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배달용 자전거를 쓰라고 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
리였다. 배달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타고 가야 하는 게 자전거인데
그것을 타고 갈 수는 없었다.
"사장님 예. 그라몬 중국집 배달을 우찌 합니꺼. 말도 안 됩니
더. 그기는."
사장님이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단무지 하나를 맛있게 빨아먹으
며 만호를 흘겨보았다.
"누가 공짜로 준다 카드나? 한 달 일해서 돈 좀 모으면, 그때 돌
리도. 한 달 정도는 집에 있는 자전거 타고 다니면 된다. 그라고
앞으로는 배달이 가능한 시간을 정할 참이다. 바쁜 시간은 좀 빼
고 한가할 때만 배달한다꼬 하믄 된다. 글케 하도록 하자."
"그캐도 사장님..."
만호는 사장님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매번 만호를 위해 배려하
고 또 배려해 준 사장님이었다. 이렇게 사람에게 신세를 져도 되
나 싶은 마음이 들어 만호는 미안했다.
"쾌안타. 나중에 신수 훤해지믄, 그때 모두 갚으라. 내가 만호
니만 보면 동생이 생각나 안 카나."
"동생요? 사장님한테도 동생이 있었는교?"
오늘따라 웬일인지 사장님은 술을 많이 마셨다. 벌써 얼굴이 붉
게 달아올랐다. 사장님은 단숨에 술 한잔을 입에 털어 넣고 씁쓸
하게 웃었다.
"내 동생이 만호 니랑 동갑이다. 한 5년 됐나... 교통사고로 저
세상으로 가삐릿다. 그 애도 눈이 잘 안 보였다. 그 눈 고쳐준다 캤
는데... 그래서 내는 만호 니만 보면 꼭 동생을 보는 것 같아
가.... 마음이 자꾸만 쓰인다."
만호는 말없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드러내
지 않은 상처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고 보니
사장님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생
과 함께 살다가 동생마져 잃어버리고 자기 혼자라고 했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큰형을 잃은 만호 자신
과 동생을 잃은 사장님이 하나의 슬픔을 느끼는 것만 같았다.
만호는 사장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사장님 예! 지, 행님이 되어 주실랍니꺼?"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만호를 바라보던 사장님이 만호를 끌어안
고 울었다. 만호 역시 사장님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형님을 잃고 나서 가족들이 더 슬퍼할까봐 내색하지 못했던 슬
픔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밤 늦도록 두 남자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울었다. 그리
고는 이내 형제처럼 한방에 쓰러져 단잠에 빠져들었다.
만호는 큰형을 잃고 나서 또 다른 형이 생긴 것처럼 든든했다.
이제 아홉 식구의 가장이 되어 자신이 흔들림 없이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만호는 단무지 배달이든 무엇이든 누
구보다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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