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혹시 다시 들어오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얼굴로 사장님
을 바라보았다. 딱히 무엇을 하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
시 직장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시 들어오
라고 한다면 거절하기 곤란할텐데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는데예, 다시 중국집으로 들어갈 마음은 없
어예."
"누가 중국집에 들어가라 캤나? 뭘 하고 먹고 살지 정했나 묻는
기제. 겁먹기는."
"하하."
만호가 환하게 웃었다. 사장님은 바짝 만호 곁으로 다가앉으며
말했다.
"내가 가마이 생각해 보니, 단무지 장사가 어떨까 싶은데. 만호
니 생각은 어떻노?"
"단무지예?"
"그래. 왜 중국집마다 단무지가 엄청 필요하다 아이가. 요전에
우리 식당에 단무지를 대던 청년 안 있나? 글마가 시골로 이사간
다꼬, 이 동네는 못온다 캤거든. 그래서 우리가 멀리 충무동까지
나가가 안 사오나. 그래서 생각했다 아이가. 니가 배달을 하면 어
떨까 하고. 어떻노?"
단무지 배달이라면 만호가 중국집에서 일하며 늘 보던 것이었
다. 하루에 한 번 저녁 일을 시작하기 전에 수금을 다니던 청년과
몇 번 인사를 나눈 적도 있었다. 단무지 배달은 새벽에 하고 수금
은 오후에 하는 시스템이었다. 만호는 어쩌면 일이 잘 될 수도 있
겠다 싶은 예감이 들었다. 여동생과 단무지를 만들어 자신이 새벽
배달을 하고 오후에 동생이 수금해도 될듯싶었다. 만호는 눈이 동
그래져서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우찌 생각하노?"
만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됐다. 그라몬, 니 내랑 어디 좀 다녀오자. 우리 집에 단무지 배
달하던 청년 있제? 내 그 친구랑 약속을 잡아 놨거든? 가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원가가 얼만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오자.
고민할 게 뭐 있노! 한 번 해보는 기지!"
그길로 만호와 사장님은 단무지배달청년을 만났다. 청년의 소개
로 단무지공장에 가서 원가를 알아보았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상세하게 알아보았다.
만호 자신보다 사장님이 더 열성적으로 도와주었다. 아예 오는
길에 큰 시장에 들러 접시저울, 플라스틱 큰 통, 봉투 등 필요한
물품을 모두 다 사들고 돌아왔다.
중국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한밤중이 되었다. 사장님은 오
늘은 여기서 자고 가라며 술이나 한잔하자고 했다. 오랜만에 만호
는 사장님과 마주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얼큰하게 술이 올랐다.
"그란데. 문제는 자전거라예. 내일은 중고 자전거라도 알아 봐야
겠어예."
"그거는 됐다. 우리 배달자전거 쓰면 된다. 헛돈 쓰지 마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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