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의 장례를 치룬 후 만호는 다시 중국집에 나가 일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만호의 현재 수입으로는 아홉 명이나 되
는 식구들을 보살피기가 힘들 것 같았다. 만호는 큰형처럼 의지했
던 사장님을 찾아가 의논을 드렸다.
"아무래도 그만둬야 할 것 같습니더!"
사장님은 말없이 만호를 쳐다보았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익히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그래. 내도 생각했다. 돈이 많아가, 월급을 많이 올려주믄 몰라
도, 이리 벌어서 우째 대식구를 책임지겠노. 무슨 말인지 안다."
"죄송합니더. 사장님."
"죄송할 게 뭐 있나. 상황이 그렇게 됐을 뿐.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어제든지 찾아온나. 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 끼구마."
만호는 사장님의 다스한 온정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지만 참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장님은 앞으로 무엇
을 하며 살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것까지는 아직 생각해 보
지 못했다. 다만 모두들 힘든 이때에 가족들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이제 가장이 된 만호가 할 일인 것만 같았다.
"아직 생각 안 해 봤어예. 차차 생각해야지예."
"그래. 내도 뭐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꾸마. 일단 가족들부터
챙기그라."
만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형수, 조카 네 명과 동생들까
지 아홉 식구는 큰형과 함께 지어 올린 새집에서 슬픔에 쌓여
있었다. 그 집이 큰형과 함께 지은 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할수
록 슬픔은 더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지
낼 수는 없었다. 만호는 형수님과 함께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였
다. 그 자리에서는 여동생도 함께하였다.
아버지는 그동안 해오던 경비일의 남는 시간에 배달을 하면 어
떨까 하셨지만 온 가족이 반대를 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시간
에 조카들을 봐주시는 것이 낫다는 것이 가족들의 생각이었다.
형수는 괴정시장 옆 노상에서 좌판을 열어 채소를 팔던지, 아니
면 식당에 나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만호 혼자서 벌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생활이 쪼들릴 것이었기에, 형수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만호의 여동생도 취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만호의 생각은
달랐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돈을 벌면 생활이 조금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생계를 책임질 정도의 수입은 안 된다는 게 만호의 생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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