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큰형에게 시집과 온갖 고생을 한 형수였다. 이제 막
집을 짓고, 큰형의 사업이 조금 불안정하긴 하지만 사람답게 살아
보려는데 혼자가 된 거였다. 게다가 아직 돌도 안 된 막내아들까
지 자식이 넷이나 되었다. 그 아이들을 이제 혼자서 돌보아야 한
다고 생각하자 만호는 더없이 형수가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형수 옆에는 경찰에서 조사 나온 형사가 서 있었다. 만호를 보자
다가오며 물었다.
"가족분 되십니까?"
만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되시는 분이 정신을 챙기지 못하셔서요. 혹시 타살일지도
모르니 부검을 했으면 합니다만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만호는 형의 몸에 또 한 번 칼을 대기 싫었지만 정확한 사인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무렵,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
나고 있었다. 경찰에서는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부검을 요청했고 내키지 않지만 만호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저래 죽은 것도 억울한데, 그 몸에 우째 칼을 대노!" "그냥 곱게 보내 줍시더. 삼촌!"
"여보!! 안 되요!! 이리 가면 안 되요!!"
"아빠... 아빠... 흑흑."
어느새 병원은 서글픈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만호는 흐르는 눈
물을 닦았다. 더 이상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집에 남자라
고는 나이 많은 아버지와 만호뿐이었다.
아버지는 너무 놀라 기절을 해 옆 병실에 누워 계셨다. 자기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만호는 스스로 다짐했다. 만호는
이제 형수나 어린 조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큰형의 부검이 시작되었다. 경찰에서는 부검을 할 때 증인으로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만호가 들어가려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부검실 앞에서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큰형의 몸을 직접 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만호는 눈물을 흘리며 주저않았다. 만호 대신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들어갔다.
부검을 마친 경찰에서는 생각했던 대로 실족사라고 부검의 결과
를 알려주었다. 또 다시 곡소리가 들려왔다.
형님은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괴정천 밑으로
떨어졌고, 바로 명줄이 끊겼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버지와 형수
가 동시에 기절을 하고 말았다. 만호는 아버지와 형수를 옆 병실
로 옮겼고, 큰형님의 장례 준비를 했다.
아버지는 내내 자식을 먼저 앞세운 죄 많은 늙은이라 스스로의
가슴을 쳤고. 형수는 통곡을 그치지 못한 채 몇 번이고 정신을 놓
았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슬픔이 만호를 에워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