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행님아! 내도 같이 가자! 내도 데려가도!"
만호의 외침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두 사람은
그렇게 꽃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만호는 달려
가다 그만 퍽 넘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넘어진 채 손을
뻗었다. 만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만호가 손을 내저으며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아직도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만호는 쓰윽 눈가를 문질렀다.
꿈이어서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뭔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그때 탕탕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인데, 벌써 시장에 가자고 사장님이 부르시는가 싶어,
만호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사장님이 잠옷 차림으로
만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예! 벌써 시장에 갈라꼬예?"
"그, 그게 아이라... 만호 주방장..."
"무슨 일인교? 이 새벽부터..."
한동안 사장님은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
하는 눈빛이었다. 만호는 꿈자리가 뒤숭숭하던 차에 갑작스레 사
장님이 찾아오자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만호 주방장... 놀라지 말고 듣그라. 행님이, 큰형님이... 방금,
전화가 왔는데..."
"큰형님이 왜요?"
사장님도 너무 놀라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만호를 바라보며 어쩌지
하는 얼굴로 안타까워했다.
"그게 행님이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변을 당했는 갑다...
병원에..."
"예? 그, 그러면... 죽었다 말입니꺼!"
놀랍고 무서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형님이 왜 갑자기
돌아가셨단 말인가.
만호는 한달음에 집으로 내달렸다. 집으로 가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쳤다. 얼마 전에 새롭게 지은 집으로 이
사해 온 가족이 돼지 한마리를 잡아 잔치를 하던 것도 떠올랐고,
고생스럽지만 이제 조금만 더 일하면 만호, 너 장가보낼 밑천 정
도는 마련할 수 있을 거라며 환하게 웃던 모습도 떠올랐다. 또 한
편으로는 요즘 공장이 잘 안 돼 술을 먹는 일이 잦아졌다는 형수
님의 푸념어린 말도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고 일에 매달리자 이제 큰형이 집에서 노
닥거리는 날이 많아졌다며 형수가 일손 달린 가게에 나가 일을 해
보겠다고 해 큰형님과 싸우던 것도 생각났다. 모든 것이 다, 그렇
게 하나하나 떠오르는데, 그런 큰형님이 갑자기 세상을 떴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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