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막대기 보다는 팔짱을 끼고 걷는 것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팔짱 껴도 되지?"
손을 잡았던 영은이가 만호의 팔에 매달려 왔다. 여자와 팔짱을
낀 건 만호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온 몸에 열이 뻗치는 느낌이었다. 영은
이는 만호와 팔장을 낀 채 조심스레 공원을 거닐었다.
"미국이었다면 아마 포옹도 했을 거야. 어릴 적 보이프랜드한
테!" "무, 무슨?"
영은이가 천천히 걸으며 만호를 약을 올리듯 말했다.
"만호 너는 한 번도 여자 안 사귀어 봤지? 연애 해봤어?"
만호가 말없이 그냥 걸었다. 그러고 보니 여자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내가 미국에 가면서 그게 영 걸리더라고. 너처럼 순진한 애가
연애나 제대로 할까 싶은 게. 난 미국에 가서 열심히 연애도 하고
그랬는데. 호호."
만호가 눈이 동그래져서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걷다 우뚝 멈춘
영은이가 만호 쪽으로 돌아섰다.
"안 믿어지지?"
"참말로 그랬나?"
영은이가 배시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나도 남편 만나서 처음 연애를 했어. 그게 쉽게 안 되더라고.
그래도 참 좋은 사람이야. 많이 배려해 주고. 많이 좋아해 줘."
만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내는 니가 좋은 남자 만날 줄 알았다."
"너처럼 좋은 남자?"
만호가 킥킥 웃었다. 영은이도 만호를 따라 훗훗 미소를 지었다.
"너도 어서 좋은 여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야 할 텐테. 그치,
만호야?"
한참을 걷다 두 사람은 나무 그늘에 기대앉았다.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푸르게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넘
실대는 것 같았다.
"내는 아직 생각 없어."
"왜. 너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잖아. 매일매일 일에만 매달리
지 말고, 네 인생도 좀 생각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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