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가 단무지배달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만호의 가족들 역시 부지런히 일했다. 한동안 슬픔에 휩싸
여 힘을 내지 못했던 형수도 집 앞에서 노점상을 하며 가정에 보
탬이 되고자 애를 썼고, 아버지 역시 생활비를 내놓으셨다.
가족들은 서서히 큰형을 잃고 집을 빼앗긴 슬픔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만호는 큰형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애를
썼지만 형수와 조카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려웠다.
아버지와 삼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차이가 나는 법이었다. 그래도
만호는 최선을 다해 형수와 조카들을 돌보았다.
쉬는 날이면 온 가족을 데리고 용두산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했다. 가족들 단위로 놀러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만호는 자신의
조카들이 기가 죽을까봐 내내 신경을 썼다. 아버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가장 멋진 삼촌의 역할은 하고 싶었다.
2년 정도 자전거로 배달을 하니, 힘도 많이 들고 단골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더 많이 단골을 만들어 돈을 좀
더 벌어보자는 생각에 만호는 아는 분이 쓰던 오토바이를 중고로
구입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오토바이를 타니 그야말로 총알처럼
빠르고 편했다. 자전거로 배달을 할 때보다 힘도 덜 들었고 무엇
보다도 시간이 절약되었다.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누비다 보면, 왜 진작 이걸
로 바꾸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곤 했다. 그만큼 오토바이
는 신속 그 자체였다. 신속한 만큼 겨울에는 매섭게 맞바람을 맞
아야 했기에 고생스럽기도 했다. 특히 하단으로 배달을 할 때면
낙동간 겨울바람이 무섭게 몰아쳐 저절로 재채기가 나왔다.
중국집은 아침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기에 대부분 새벽에 배
달을 나갔다. 여동생은 다음날 팔 단무지를 준비하는 것과 아침
일찍 거래처별로 배달할 단무지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수금은
오후에 했는데, 먼 거리는 만호가 했고, 가까운 시장이나 동네는
여동생이 차례대로 돌아다니며 했다.
여동생과 함께 일을 나누다 보니 오후 시간이 엄청 남아돌았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필요했다. 만호는 또다시 여동생과 함께 오후
에 무엇을 해 돈을 벌까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괴정시장 내에 있는 점포 하나를 구해 짜장면가게를 하
기로 했다. 근방에 중국집이 없었고, 시장 안에서 싼 값에 판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아침에 재료를 싣고 만호가 배달을
나가면 점심 장사 준비는 여동생이 맡았다. 배달을 다녀온 후, 점
심장사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였지만 단무지 배달만을 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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