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씩씩거리며 주저앉은 주방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도
사람이니 그럴 것이가. 그러나 만호는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주방장은 떠나기가 쉬워 보이지도 않
았다. 이미 애는 둘씩이나 달려 있었고, 먹이고 입혀야 할 군식구
들도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 있었다.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닌데 우쩝니꺼."
체념하라는 듯 만호는 주방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는 참말로 몰랐데이. 첨에 딸아가 하나 있다꼬.... 소개해
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한테 돈을 빌려줄 때부
터 알아봤어야 하는 긴데... 이제는 빼도 모나고..."
억울한 듯 울상짓는 주방장을 오히려 만호가 위로하고 있었다.
정작 만호 자신은 누구에게 하소연 할 길이 없는데도, 오히려
주방장의 사정이 딱하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리 된 걸 우쩝니꺼. 참고 살다 보믄 좋은 날도 있겠지예."
"허허. 닌 우찌 그리 애늙은이 같은 소리만 하노."
용호동 주방장이 강진으로 장가를 온 것은 결정적으로 사장님에
게 빌린 돈 때문이었다. 집에 급히 돈이 필요할 때에 사장님은 큰
돈을 선뜻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아도 된다며 주방장을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껄껄 웃었다고 했었다.
어쩌면 그 사장은 덩치 좋고 일 잘하는 주방장을 일찌감치 사위
감으로 점찍었는지도 몰랐다. 만약 주방장이 아니었다면 만호가
되엇을지도 모른다. 만호는 만약에 그랫었다면, 처가 머슴살이를
내가 할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하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사람들이 고마운 것도 모른다. 해도 해도 일이 끝이 없는 기라.
완전히 내를 돈 안 주고 머슴 부리 먹는 기다."
"그래도 중국집 차려 준다 안캅니꺼."
"언제! 도대체 언제 차려줄 낀데!"
마치 만호가 장인이라고 되는 듯 삿대질까지 해가며 주방장은
그동안에 쌓인 울분을 만호에게 쏟아 부었다.
만호 역시 그저 한숨맡 쉬었다.
"한번 말해 보이소. 내도 눈칫밥 묵기 미안코... 주방장님이 오라
캐서 왔더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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