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반점의 이전 주방장의 부름으로 한달음에 강진으로 달려간
만호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중국집 문을 열어 도움이 필
요하다고 해서 갔는데, 아직 중국집은 개업도 하기 전이었고, 주
방장은 그 집에서 머슴처럼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가게는 강진에서도 10여Km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
어서 장사가 잘 될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직장도 그만두고 온 까닭에 돌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처갓집에서 머슴처럼 일하는 주방장을 보니 측
은한 마음이 들어 나 몰라라 그냥 떠날 수도 없었다.
'기왕 이리 된 거, 중국집을 열 때까지만 도와주고 가자. 그기
사람의 도리인기라.'
만호는 혼자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 이후 만호는 주방장과
똑 같이 먹고 똑같이 일을 했다. 어느 날은 혼자서 두 사람 몫까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공짜 밥 얻어먹는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묵묵히 일만 했다. 주방장이 산에 나무를 한다고 나갈 때
면 만호도 지게를 짊어지고 따라 나섰다.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논도 갈아야 했고, 밭도 매야 했고, 주
방장은 장인어른이 시키는 온갖 잡일이란 잡일은 모두 해야 했다.
그러나 장인을 비롯해 주방장의 처가 쪽 강진 식구들은 그 누구도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주방장을 구박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만호와 주방장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잠시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만호는 나무를 하러 와서 한 짐 부지런히 지고 내려와도 왜 이제
오느냐고 타박만 할 뿐 시원한 물 한 사발 내밀 줄 모르는 잔정이
없는 강진 식구들에게 약간 화가 나 있었다. 그건 주방장도 마찬
가지였는지, 주방장이 낫을 팽개치며 소리쳤다.
"더러워서 못 해먹겠데이. 내가 머슴이가? 종이가?"
만호가 말없이 주방장을 쳐다보았다 내내 말없이 진짜 그 집의
머슴처럼 일만 하던 주방장이었기에 만호는 내심 조금 놀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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