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그렇게 실망하고 또 실망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저 말없이 용제 아저씨의 손을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었다. 이렇게 위로할 수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캐도 어떻게든 살아야지, 죽는다 카는 소리를 뭐하러 합니꺼.
힘 내이소!"
용제아저씨가 흐느끼던 울음을 멈추고 힘없는 눈으로 만호를 바
라보았다.
"니는 모른데이. 우리처럼 병을 끼고 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마음을 멀쩡한 니가 우찌 알겠노. 니는 모를 끼다."
원망도 아닌 푸념도 아닌 말로 용제아저씨는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만호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왜 모르
겠는가? 그 아픔을!! 자신도 그런 시간을 거쳐 왔는데....
만호가 피식 웃으며 용제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지도 알아예."
용제아저씨가 의심의 눈으로 만호를 바라보았다.
"하루에 열두 번 배달해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을 가진 니가
병을 끼고 사는 우리들 마음을 우찌 안단 말이고?"
"...."
"내를 위로해 줄라꼬 애쓰지 마라. 니 맘은 내가 다 안다. 내가
불쌍해서 안 그러나?" "아니라예. 지는 용제아저씨 보마 밝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꼬
매일 생각해예.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한쪽 눈이 안 보여도 아저씨
보믄서 기운을 내자꼬 다짐한다 아임니꺼!"
용제아저씨가 눈이 휘 동그래져서 물었다.
"뭐. 뭐라! 니 한 , 한쪽 눈이 안 보인다꼬?" 만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니 참말로 한쪽 눈이 안 보이나? 멀쩡해 보이는데?" "왼쪽 눈에 시력이 없어예. 치료 안 하모 오른쪽 눈도 실명한다
캐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임미꺼. 오른쪽 눈만 감으면, 완전히
안 보여예." 용제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만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
니 그 맑은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 만호야. 내는 그것도 모르고... 만호 니 그동안 우찌
지냈노? 안 힘들었나?" "헤헤. 아저씨 보믄스 힘을 내자 그랬지예!" "내는 그것도 모르고, 내 아픈 것만 봐 달라꼬... 나이도 어린
아가 우찌 그리 의젓하노." 만호가 용제아저씨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니라예,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줄 알므는 동네방네 소문난다
아임니꺼? 짜장면 만드는 아가, 여기저기 배달도 가야 하는 아가
눈이 안 보이믄 일자리 구하기 어디 쉽겠습니꺼!"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