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만호는 나환자촌에 갈 때 마다 신문에서 본 크고 작은 사
건들과 작은 기삿거리들을 구구절절 이야기 하곤 했다.
만호가 입을 열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에고에고, 우짜노..."라는
탄식도 들리고, "그래, 우찌 됐는데?"하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
로 되묻기도 했다. 만호는 때론 새로운 의학기술이 속속 개발되는
이야기도 전해줬는데 특히 그런 이야기에는 나환자촌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울여 들었다.
'피부병 잘 고친다는 용한 의사에 대한 소식은 없더나?"
"내도 그래가 신문이 뚫어지라 살핀다 아임니꺼! 그런 정보가
대한민국에 떴다 카모 바로 알려 줄낀데, 너무 보채지 마소. 할매!"
만호가 혹시 삐치기라도 할까봐 나환자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정말 친자식보다 더 잘 해 주셨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만호는
나환자촌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 자신들의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사라는 걸 잘 알았다.
어쩌다 용한 피부과 의사나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
올 때면 이제는 만호가 열일을 제쳐두고 신문을 들고 나환자촌으
로 달려가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동네는 마치 사법고시라도 붙은
아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두 손을 번쩍 들고 반가워하였으며 모두
들 모여 앉아 큰 소리로 신문을 읽곤 하였다.
나환자촌 사람들은 밖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았기에 세상과 통하
는 유일한 창구는 신문하나 밖에 없었다.
용한 의사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면 한둘은 타지까지 직접 치료
를 받기 위해 나가고는 했다. 타지로 가기 전날 밤에는 용한 꿈이
라도 꿔야 한다며 한껏 부풀어서 기대감에 들떠 있고는 했다.
그랬다가 돌아오는 오후가 되면 맥이 다 풀려서 곧 세상이 끝장
나는 것처럼 통곡하는 소리가 나환자촌에서 새어 나오곤 했다.
그만큼 절박했지만 그만큼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 나병이었다. 만호
는 그들을 볼 때마다 가족의 누군가가 아픈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그날은 용제아저씨가 아침 일찍 타지에 갔다가 돌아오던 때였다.
한창 바쁜점심시간을 끝내고 잠시의 오후 휴식시간을 갖고 있
을 때보였다. 용제아저씨는 중국집 식당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
이 보였다. 용제아저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심하게 손발이 뭉
툭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손도 잘 내밀지 못했고, 정상적
으로 걸을 수가 없어서 절름발이처럼 기우뚱기우뚱 걸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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