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거리며 서 있는 만호에게로 나환자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웃었다.
여기저기 뭉개어진 손으로 만호에게 손짓했다.
"겁묵지 말고 들어온나. 쾌안타. 안 잡아 묵는다."
당시에는 나병에 걸린 사람들이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해괴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만호 역시 설마 하면서
도 그 소문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와 이런대로 배달을 시키노 시키기를.'
자신을 나환자촌으로 배달을 보낸 지배인이 밉고 싫었다. 그러
나 그들 앞에서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해맑게
들어오라고 말하는데 잽싸게 도망부터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호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진짜로 안 잡아 묵을기지예? 내 잡아 묵어뿌믄 담부터 음식 배
달 못해예."
농담 반, 두려움 반을 담아 만호가 우스개 소리를 하자, 나환자
촌의 사람들이 모두 껄껄껄 웃었다. 지금까지 말없이 줄행랑치는
사람들은 수없이 봐왔지만, 대놓고 자기 잡아먹지 말라며 말하는
녀석은 처음 봤다며 만호를 환영했다.
"허허. 그 자슥, 뚝심 한 번 두둑하네."
"뚝심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지예."
"허허."
그렇게 해서 만호는 나환자촌 사람들과 차츰 친해졌다. 나환자
촌 사람들과 친해지자 자연스레 나병이란 것이 끔찍한 병이 아니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병은 상처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지 음식을
통해 옮는 것이 아니었다.
나환자촌의 외로운 사람들은 만호가 배달을 갈 때마다 음식을
내주며 세상사에 대해 묻곤 했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이
다 보니, 늘 외롭고 세상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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