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마냥, 주문도 척척 받고,
주인 아주머니가 내놓은 국밥 그릇을 들고 탁자 사이 여기저기로
날랐다.
중국집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서인지, 테이블마다 몇 그릇의 국밥
을 시켰는지는 머리에 자동으로 입력되었다.
테이블에 국밥이 착착 놓아지고, 손님이 자리를 뜨기 무섭게 테
이블은 깨끗하게 치워졌다.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정신없이 일할
때는 닥치는대로 그릇을 치웠다. 한동안 바쁜 시간이 지나자,
아주머니가 행주를 내려놓으며 만호를 향해 활짝 웃었다.
"오매. 너무 바빠 고맙다는 소리도 못했지라? 그란디 젊은 총각
이 손이 제법 맵소."
후덕하게 생긴 주인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사발
을 만호에게 내밀었다. 만호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게 받아마셨다.
힘들게 일한 뒤에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꿀맛처럼 달콤햇다.
"그란디 특별한 목적지가 없으면 여그서 일 안 할라요? 사람손
이 필요하던 참인디."
아주머니가 대뜸 만호를 보며 물었다. 만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예. 지는 부산에 돌아가야 됩니더. 차 시간도 있고 해가
밥이나 묵자꼬들어왔는데, 아지매가 너무 정신없이 바빠 보여가
일을 쪼매 도와드린 거라예."
"어찌해야 쓰까잉! 젊은 총각이라 그란지 세심하기도 하제. 그럼
나 땜시로 못 간 것이구만!"
아주머니가 미안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만호는 손을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갈려고 하면 진작에 갔슴니더! 강진에는 아는 행님 도우러 왔는
데, 그만 일이 잘못되어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고민하던
참이라예. 일이 안 되려니 돈도 다 빼앗기고..."
"어쩔까나..."
아주머니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 안타가워했다.
"그란디 부산서 어쩌다 전라도까지 와부렀는가?"
"아, 아는 분 좀 도와줄라꼬 왔다가..."
"아는 형님 말이여라?"
고개를 끄덕이자 아주머니도 안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서 젤 무서운 게 사람이라 한 그라요 그라제. 사람이 젤로
무섭제. 그 사람 하나 믿고 여까지 왔을 것인디...
갈 길이 먼데 방법은 있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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