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사람을 못 믿어가 어찌 같이 일을 합니꺼! 관 둘랍니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 듯, 주방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정말 네 놈이 도둑이었구나 하는 얼굴로 만호를 쏘아
보며 큰소리를 쳤다.
"가만 있어봐라. 갈 때 가더라도 돈은 찾아야지!"
주방장은 그냥은 못 보낸다는 얼굴로 만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러더니 닥치는 대로 만호의 옷가지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만호는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올랐다.
지금까지 군소리 없이 일해준 것만 해도 어디인데, 이제는 도둑
누명까지 씌우나 싶어 억울하고 분했다. 만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하는 겁니꺼! 누구 맘대로 가방을 뒤집니꺼!"
만호는 가방을 뒤지는 주방장을 제지하려 했지만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언제 나왔
는지 모르게 온 식구들이 방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미 자기들끼리는 어는 정도 입을 맞춘 모양이었다. 급기야 주
방장은 만호가 부산에서 이곳으로 올 때 챙겨왔던 비상금을 찾아
냈다. 그러더니 돈을 흔들며 만호를 쏘아보았다.
"봐라! 이게 뭐꼬? 만날 조금씩 빼 돌리가 한 몫 잡을라 캤나?
맞제?"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었다. 만호의 뒤편에서는 주방장 가족들이
거 보라는 듯이 피식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둑놈의 새끼를 데리고 있었다니까!"
"그래서 내가 빨리 내보내라 안 캤소!"
만호는 그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히
고 하니 만호가 필요 없어진 것이었다. 눈치 없게 계속 눌러 붙어
있을까 봐 내보낼 기회만 엿보던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렇지 어떻게 사람을 도둑으로 모나 싶어 만호는 기분이 나빴다.
"이제 니하고는 끝인 기다! 내는 도둑놈하고는 같이 일 모난다!
당장 가삐라!"
필요하다고 부를 때는 언제고, 이제는 가라니, 참 기가 막히고
통곡한 일이었다. 만호는 주방장과 가족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못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어서
빨리 벗어냐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가족이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만호를 내쫓기 위해 몰아세우는데 당할 재간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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