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의 바쁜 시간이 지나고 주방 정리를 마치고 나오는 만호를
주방장이 불러 세웠다. 만호가 온갖 음식물 찌꺼기를 옷에 묻힌
채 지저분한 것과 달리, 뺀질뺀질한 양복을 빼입은 채 주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주방장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만호를 바라보았다.
"와예?"
이제 막 쉬러 들어갈 참이었던 만호가 물었다.
"와보라면 오지, 뭔 말이 그리 많노?"
주방장은 버럭 성질을 내며 만호를 째려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만호는 주섬주섬 앞치마를 걷으며 주방장으로 다가갔다.
그는 낮에 장사하던 장부를 펼쳐놓고 계산기를 앞에 둔 채 만호
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만호가 어리둥절해 하는
시선으로 주방장을 쳐다보았다.
"니 아까 배달 다녀왔제?"
"예."
"돈 받은 거 넣었나?"
"하모예. 아까 동전까지 죄다 넣는 거 보셨다 아임니꺼?"
그때까지도 만호는 상황파악을 못한 채 왜 그러냐는 얼굴로 묻
고 있었다. 주방장은 장부를 탁탁 치며 만호를 몰아세웠다.
"오늘 배달 두 군데 갔다 아이가! 니가!"
"예?"
"니 오늘 두 군데 배달 갔다가, 한 군데 다녀와서는 카운터에 돈
을 넣었고, 또 한 군데 배달 갔다온 돈은 넣었나 말이다! 내가 못
봣으니까네!"
"그기 무신 말인교?"
황당하기 그지없는 만호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주방장을 쳐
다보았다. 주방장은 얼굴이 붉어져서 만호를 쏘아보며 말했다.
"내 저번에도 장부가 맞지 않아가, 뭔가 착오가 있는 갑따 카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좀 마이 모지란다. 니 두 번째 배달 갔다 온
돈 우쨌노?"
만호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유분수지, 어떻게 나를 의심하는가 싶
어 서운함이 물밀 듯이 몰아쳤다.
"그라모, 내가 돈을 가져갔다, 그 말입니꺼?"
"니 아이믄 누가 카운터에 손을 대겠노? 니 잊어버리고 안 넣은
거 아이가?"
만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무슨 말입니꺼! 내를 도둑놈으로 보는 깁니꺼!"
"도둑놈이라는 게 아이라, 안 맞으이까 하는 말이다! 잘 좀 기억
해 봐라!'
하다하다 이제는 도둑누명까지 써야 하나 싶어 만호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가 않았다. 만호는 앞치마를 탁자에 턱 올리고
돌아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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