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말한 가격에서 조금 낮추기는 했는데, 만호 니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부족하다."
만호는 기운이 주욱하고 빠지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탁자에
주저앉았다. 여동생은 입을 삐죽이며 아저씨에게 면박을 주었다.
"아저씨는 그것이 뭐 좋은 소식이라꼬 술 한잔하고는 여까정 웃
으며 왔는교. 내는 또 아주 왕창 가격이 내린 줄 알았다 아임니꺼!
아저씨, 공갈빵 드셨는교?"
여동생의 면박이 내심 귀여운지 채소가게 아저씨가 더욱 더 크
게 껄껄거리며 웃었다.
"만호 니 부족한 돈도 내 다 마련했데이!"
"예?"
만호는 무척이나 놀랐다. 마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들
었지만, 아무튼 일이 풀리기는 풀릴 모양이었다.
"내가 만호 니 사정을 모두 말했다. 도와줄 끼몬, 내를 봐서 시
원하게 도와주고, 아니라면 때리치라 캤다. 그랬더만 일단 만호
니가 준비되는 돈으로 가게를 열고, 나머지는 천천히 갚으라 안
카나. 이자도 엄따! 이만하면 내 니 행님 맞제?'
만호는 저도 모르게 아저씨의 손을 꼬옥 잡았다. 눈시울이 갑자
기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사회에서 맺은 인연 중에 이처럼 소중
하고 따스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새삼 고맙고 따스하게 느껴
졌다.
그렇게 해서 만호네는 본격적으로 중국집 개업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때마침 아는 형님의 소개로 주방장도 구해졌다. 일이
되려고 하니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들만 날아들었다. 그 무렵 장인
어른은 사위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날, 개업식과 함께 만호의
첫째 아이 돌잔치도 함께 치렀다. 일가친척들이 모이고 시장사람
들이 만호네 일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모두 참석하여 자리를 빛
내 주었다.
중국집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아끼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만호에
게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렇게 만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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