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만호 자신이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후회가 되듯 여동생
의 처지 역시 후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여
동생도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는데, 오빠가 되어가지고 제 눈앞에
행복에만 파묻혀 돌아보지 못했으니 섭섭하기도 했겠다 싶어 괜
스레 미안하고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때 한껏 부른 배를 내밀고
아내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만호는 눈이 동그래져서 아내가 들고
있는 보따리를 받으며 말했다.
"와 나오노! 집에서 쉬고 있을 일이지!"
아내가 웃으며 여동생을 찾았다.
"형님이 떡을 좀 했다꼬 가져다 주라 캐서얘. 내도 바람 좀 쐬고
싶기도 하고, 근데 아가씨는 어데 갔는교?"
만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뒤뜰 쪽을 바라보았다.
"채소 다듬는다꼬 뒤뜰로 나갔다. 여그 앉아 봐라."
만호는 때마침 들어온 아내와 마주앉아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만호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듣
고 있었다.
"여기저기 선 자리 한 번 알아보입시더! 그라고 식당에 사람을
쓰이소. 둘이서 하믄서 아가씨가 어떻게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고 연애을 하겠는교?"
"그래야 겠제?"
아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라가 나오면 당분간은 못 나와도 그 다음에도 내도 힘을 보탤
수 있으니까네, 일단은 사람을 써가 아가씨가 덜 힘들게 신경 좀
써 주이소. 내라 캐도 섭하다 할끼라예."
만호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자신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아내는 만호 앞에 떡을 펼쳐 놓으며 자리
에서 일어낫다.
"채소 다듬을 거 많심니꺼?"
뒤뜰로 향하는 아내를 바라보다 만호는 만류하듯 아내의 손을
잡았다.
"일하지 마라! 별로 엄...."
아내가 지그시 만호를 쳐다보았다. 만호는 하는 수 없이 아내의
손을 놓으며 웃었다. 그런 만호를 보며 아내가 면박을 주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카니까 아가씨가 섭섭다 카지예....."
"헤헤..."
가끔 아내가 그런 얼굴로 만호를 바라볼 때면 만호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내는 사랑스럽기도 하고 때론 엄하기도 했다. 그런
아내가 만호는 참 좋았다. 한정 없이 여린 사람 같으면서도 또 어
느 때에는 자신보다 더욱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면 그저 만호
는 좋아서 남몰래 실실 웃기까지 하는 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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