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 준다 아임니꺼. 당신이 평생을 그리
미안한 맘을 갖고 산다는 건, 그런일을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거니까네, 내는 그 마음으로도 충분합니더!"
"그래 생각해 주모 고맙제."
어둠에 잠긴 단칸방의 문틈으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만호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연신 고맙다며 손을 어루만졌다.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일은만들지 말아야지 하고 만호는 다짐했다.
어둠속에서 만호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고요를 깨고 불쑥
아내가 툭하고 한마디 던졌다.
"그란데, 당신, 이제 더 많이 벌어야 되겠어예!"
"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만호가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호의
눈빛을 보던 아내가 살며시 웃으며 돌아누웠다.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나게 생겼으니,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아임니꺼!"
아내의 그 말을 듣고도 만호는 한동안 멍했다. 그 말이 무슨 말
을 뜻하는지 한참만에야 깨달았다. 만호는 놀라고 기뻐 벌떡 일어
나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 아이가 생겼다 이말이가? 얼라가?"
만호의 입이 어느새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만호는 아내를 뚫
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내가 만호를 따라 슬며시 일어나며 부끄럽
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만호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 새벽,
큰소리로 웃엇다.
'세상에, 이이라니. 이 조만호에게 아이라니!"
"그리 좋씸니꺼?"
"그럼! 알라가 생겼는데! 이 조만호가 결혼한 것도 신기한데 아
도 생겼단 말이지!"
기쁨에 들떠 만호는 아내를 끌어안았다. 푸르스름한 달빛이 비
친 그날 밤, 만호와 아내는 오랫동안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상상
하느라 날이 새는 줄도 모른 채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두운 단칸방에서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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