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했지만 만호는 여전히 아홉 식구의 가장이었다. 아니 이
제 아내까지 열 식구를 책임져야 했다.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
작하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고,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진 아홉 식
구들이 불평일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말없이 만호의 옆을 지켜
주었다.
아내는 여동생과 함께 식당일도 거들었다. 아내는 식당일을 처
음 해보았을 텐데도, 손도 빠르고 눈치도 빨랐다. 손님들이 찾기
전에 먼저 물을 내주고, 덩치를 봐가면서 짜장면을 덤으로 더 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인정 있게 장사를 하는데다, 몸마저 부지런
하여 하루가 다르게 만호네 식당은 달라져 갔다. 비록 두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차는 단칸방에서의 생활이었지만
만호는 행복했다. 무엇보다 외롭지 않았고, 누가 뭐래도 나의 편
을 들어줄 한 사람이 생겼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졌다. 고된 일을
마치고 만호는 아내와 단칸방에 나란히 누웠다.
"내는 참말로 행복한 놈인기라."
아내가 만호를 바라보았다.
"와예?"
만호가 누운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내는 평생을 갤혼 모난 쭐 알았다. 아홉 식구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든데, 누가 내한테 시집을 오겠노. 그래가 넘들에게 말은 안 했
어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리 참한 색시가 나와 함께 할 줄
누가 알았겠노!'
아내가 만호의 손 위에 또 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도 첨에 김해에서 딱 봤을 때, 이 사람이다 생각했는데예?"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른데이."
"그럴 때마다 이리 꼭 손을 잡아주면 되지예."
아내는 따스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게다가 심지도 굳었다.
그런 아내가 뭐 볼게 있어 보잘 것 없는 나한테 시집을 왔는가 생
각하면 할 수록 의문이었다.
만호가 그렇게 매일 미안한 기색을 보일 때마다 아내는 더욱 더
활짝 웃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