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하이소! 안 그라 캐도 됩니더!"
만호는 주방에서 뛰어나와 행주를 빼앗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수줍게 웃으며 만호를 바라보았다.
"괘안아예. 바쁘면 일손도 나누고 하는 거지예...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보는 사람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캐도 김해에서 여까지 와가 뭐하는 겁니까?"
만호가 너무나 미안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자,
아가씨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만호를 쳐다보았다.
"나는 만호씨가 봐서 좋고, 만호씨는 돈 벌어서 좋고, 일석이조인
데 와예? 일 하는 거 보여주는 기 싫어예?"
선을 보러 김해에 다녀온 후, 만호는 아가씨와 사귀기 시작했다.
짬이 날 때마다 만호가 내려가 만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부산으로 오겠다며 억지로 우겼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로 노는 날
로 정해 만나기로 약속했던 건데, 우연치 않게 오늘 갑자기 단체
손님을 예약받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만호는 정류소로
가소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일단 식당 작은방에서 잠시 기다려 달
라고 말하였다. 방에서 쉬던 아가씨는 그냥 있는 게 미안했던지
어느새 식당으로 나와 물도 나르고 그릇들도 정리하며 여동생과
함께 식당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데이트를 망친 것 같아 미안했던 만호는 음식을
만들어 내보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려서 어지할 바를 몰랐다. 비
록 이 일로 밥을 먹고 살기는 하지만, 사내자식이 앞치마를 두른
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쩐지 조금 창
피한 것 같기도 했다.
대충 일이 끝났는데도 아가씨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참 맘에 드는 아가씨였다. 여동생은 요리를 하다 말고 자
꾸만 홀 쪽을 바라보는 만호가 재미있는지 빙그레 웃으며 만호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주방정리를 끝마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후다
닥 정리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하며 만호는 홀을 쳐다보았다. 아가
씨는 여동생과 농담도 주고 받으며 테이블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만호는 제법 헛기침을 해가며 신호를 주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
는 언제 끝내려는지 도통 행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제는 만
호가 아가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만호가 먼저 달
려가 행주를 빼앗아 들었다.
그런 만호의 모습을 보던 여동생이 배시시 웃으며 말하였다.
"언니, 그만 하이소! 더 했다가는 우리 오빠 눈이 찢어지겠심더!
그만 데이트 가소!" 여동생이 놀리듯 중얼거렸다. 만호는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좋아
하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아가씨는 처음으로 만호를 보
기 위해 김해에서 올라온 길이었기에 이왕이면 좋은 곳을 보여주
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데이트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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