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제부터 눈에 뽀루지가 생겨가, 어쩔 수 없었다 아임니
꺼. 첨 보는 어른들 앞에서 그런 눈을 보여줄 수도 엄는 노릇이
고.... 내가 안경 쓰라고 했습니더!"
"하모. 그 보담은 안경을 쓰는 것이 낫지."
그 당시만 해도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이 무척이나 안 좋아
보이던 시절이었다.
옆에서 장모 되실 분도 거들어 주었다. 그 소리에 장인은 크응,
돌아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호는 어떻게 그 자리가 끝이 났는지, 무슨 소리를 서로 어떻게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가씨가 옆에서 말없이 만호를 처
다보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말을 한 마디 나눈 것도 없었지만
어쩐지 만호는 아가씨가 맘에 들었다. 차분하고 착해 보이는 외모
역시 좋았다.
아가씨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만호는 옷 가게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가 만호의 눈에 대해 다 말했다고 했던 것은
거짓말인 모양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만호가 색안경을 쓰고
있는 것을 가지고 이런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만호는 사실
대로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스러워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
머니가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며 만호에게 신호를 보냈다.
입을 다물라는 뜻이엇다. 만호는 꿀꺽 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평소 같으면, 사실은 이렇고 진실은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만호
였지만 어쩐지 이번 만큼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그래, 나중에.....'
어쩌면 처음 아가씨를 본 그 순간부터 만호는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을 때는,
놓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또한 아홉이나 열이나, 만호가 책임져
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느는 것 뿐이라고 생각을 하자, 없던 용
기도 불끈 솟아나는 것만 같았다.
만호는 그날 돌아오는 길에 이 아가씨와 결혼해야 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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