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중국집에서 잔뼈가 굵은 만호였지만, 동화루 이름으로
중국집을 연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챙겨야 할 것도
당연히 많았고 책임감도 더 막중해졌다. 아무리 한 식당을 책임지
며 주방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다고는 하지만, 사장님과 주방장은
그 위치 면에서도 많은 것이 달랐다.
다행히 아는 형님의 소개로 온 주방장은 말수가 좀 없을 뿐이지,
손놀림이나 짜장면 만드는 기술은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대형 식
당에서 일해 본 경험도 있는지라 단체 손님이나 코스요리에도 손
색이 없었다. 처음 몇 달간 만호와 가게 식구들은 누구보다 정신
없이 보냈다. 원래 맨 처음 가게를 열면, 손에 익을 때까지 더 많
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만호의 첫 중국집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창 바쁜 한 때가 지나고 그릇을 수거하
러 간 홀 직원 종배가 오지 않았다. 종배는 괴정시장 때부터 알고
지내던 아이였다. 이 가게 저 가게를 전전하며 어렵게 사는 것 같
아 이곳에 중국집을 열면서 만호가 데려온 아이었다 나름 부지런
하기도 하고 눈치도 빨라서 알아서 움직이곤 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그릇을 찾겠다고 나가서는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할 시간
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대개 식당은 휴식시간을 갖는다.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잠시 외출을 하
고 오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주방에서는 저녁 장사를 위해 채소를
다듬거나 소스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만호는 점심 장사를 마치고 장부를 정리 한 후에 직원들이 쉬는
홀을 돌아보고 주방에서 뭔가 빠진 것은 없나 챙기면서 직원들을
살피곤 했다. 그렇게 홀 직원들이 쉬는 곳과 주방식구들이 쉬는
방을 돌아보고 있는데, 종배가 보이지 않는 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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