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시장에서 생활해 온 채소가게 아저씨는 만호에게는
큰형님처럼 살가운 사람이었다. 만호가 처음 괴정시장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어려운 일도 상의하고,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지는 사이이기도 했다. 장사
를 대충 마치고 퇴근을 할 무렵, 부리나케 달려온 것처럼 채소가게
아저씨는 만호부터 찾았다. 주방에서 나오며 만호가 활짝 웃었다.
"뭐 기분 좋은 일이 있습니꺼! 한 잔 하셨네예?"
"하모! 좋고 말고! 내가 기분 좋아가 한잔 하이, 니 보고 싶어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이가!"
"무신 좋은 일이 있는데예?"
아저씨가 만호의 손을 덥석 잡고는 크게 웃었다. 만호도 덩달아
웃었다. 아저씨가 기분이 좋다고 하자, 어쩐지 만호 역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만호 니, 중국집 안 한다 캤담서?"
"아, 그거예. 돈이 조금 모자라서예."
"그거 니 해라!"
다짜고짜 아저씨가 만호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만호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홀을 정리하던 여동생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여동생은 아저씨 옆에 다가와 만호
대신 물었다.
"아이고 그기예? 가격이 너무 비싸가 지가 가진 돈으로는 못 한
다 아임니꺼! 근데 그걸 우째 합니꺼!
"허허허!!!!"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만호와 여동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호기심과 궁금해 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매를
기특하게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여동
생이 재촉을 하고 나섰다.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 보이소! 아자씨!"
아저씨는 냉수 한 컵을 청해 시원하게 마시고 나서 만호와 여동
생에게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었다.
"시동생 집에서 안 팔린다고 묵혀놨던 땅이 팔렸다 카드라. 그래
서 아주 여기를 뜬다 안 카나. 빨리 팔고 갔으며 하길래, 내가 좋
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팔아야지 끼고 있다가 못 팔면 되겠냐고
면박을 줬더만, 얼마면 되겠느냐고 오히려 묻는기라."
꿀꺽 침이 넘어갔다. 채소가게 아저씨는 그동안 만호와 식구들
이 중국집을 열기 위해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누구보다 잘 알던 사
람이었다. 은행에 대출을 알아보고 절망에 빠진 날도 아저씨와 함
께 술잔을 기울였던 적이 있었다. 그 동안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
었는지라 내심 나호는 기대를 하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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