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메 우째 저래 날래노!"
만호는 연신 싱글거리며 일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동생
이 만호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그고 그럴 것이 하루 종일 불 앞에
서 구슬땀을 흘리며 짜장면을 만들어도 만호는 힘든 기색 없이 콧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거였다. 아이가 생겼다는 소리가 만호를 들
뜨게 했기 때문이었다.
"얼라가 그리 좋으믄서 와 결혼은 안 한다 캤는데?'
바쁜 점심시간을 대충 끝내놓고 여동생이 주방을 향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만호가 그런 여동생을 향해 눈을 흘겼다.
"너도 얼라 생기 봐라. 저절로 힘도 나고, 괜히 노래도 나오고
그런다."
"아무리 좋아도 그렇치, 이제 내는 안 보이제?"
새언니도 안 나오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신경도 안 쓰이지예?"
불퉁거리듯 여동생이 푸념을 했다. 만호가 미안스럽게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만호는 아내를 나오지
못하게 했다. 아내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물론 그 빈자리는
여동생이 더욱 더 크게 느낄 터였다. 주방에서야 어찌 되었든 만
호와 보조주방장이 알아서 하는 거였기에 손이 부족하다는 걸 느
끼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식당 안에서는 언니가 해야 할 일을 모두
여동생이 처리해야 하는 바람에 식당은 더욱 더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다. 만호는 괜히 여동생에게 미안해졌다. 제 혼자 좋아서 미처
여동생의 힘든 것을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다. 조금만 참아라. 얼라 태어나면....."
"오빠야 얼라 태어나면 새언니가 우째 나오겠노? 가게에서 빽빽
울어대면 어쩔라꼬...."
"그, 그런가?"
괜히 더 미안해져서 만호가 여동생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여동
생이 툭툭 앞치마를 털며 일어났다.
"처음부터 둘이서 했다 아이가. 그냥 오뺘야가 너무 기분이 좋아
보여가 한 번 놀려 본 기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여동생은 채소 거리를 다듬는다고 뒤뜰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 힘든 건 잘 챙기면서도 정작 함께 힘을 보태준 여동생
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변히 휴가
한 번도 못가고, 다른 여자애들처럼 꾸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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