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업원들하고 자꾸만 문제를 일으키는데 어떻게 함께 일
한단 말입니까! 종배 그 자식,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
장님 빽만 믿고 너무 설친단 말입니다!"
"그래가 오갈데 없는 아를 나가라고 했습니꺼?"
"저번에 도망칠 때 못 보셨습니까? 불쌍한 척 하면서 일도 안 하
고 게으름 피우고 있으려는 겁니다!"
"불편하면 미안해 하기라도 해야지! 그런 것도 없는 놈이란 말입
니다!"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더. 다리가 불편한 게 안
보입니꺼!"
만호는 자기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질렀다. 자신보다 못한 신체를
가진 장애인에게 정상인들과 똑같은 양의 일을 원한다는 건 이기
적인 생각 같았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미안하다 해야 하는 건데예? 몸이 불편한 기 다른 사람한
테 미안한 일입니꺼? 그래서 매양 죄진 사람처럼 그리 살아야 된
다 그말입니꺼?!"
어쩌면 그건 만호 자신을 변호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
는가. 평소와는 달리 만호 역시 지지 않고 지배인과 주방장을 향
해 언성을 높였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만호의 강경한 태도에 놀랐
는지 지배인과 주방장이 말없이 만호를 쏘아보았다. 만호는 다짐
을 받듯 지배인과 주방장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그런 일에는 신경 쓰지 마이소. 내가 알아서 할 테이."
만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배인과 주방장은 가만히 쏘아보더니
그대로 나가 버렸다. 만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문제로 이
렇게 종업원들과 대립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이 사
장과 종업원의 차이인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이것
은 정상인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인지도 몰랐다.
종배가 쉬지 않고 일하는 건 누구보다 만호가 잘 알았다. 몸이
부지런한 아이였다. 예전에 두 다리가 멀쩡할 때에는 비호라는 별
명으로 불릴 정도로 날쌘 아이었다. 다리가 불편하게 된 이후에도
시장이며, 은행이며 온갖 잔심부름에 종업원들의 일까지 대신 처
리하곤 했었다. 티가 나지 않아 그렇지 결코 종배가 논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식당 일을 자신들보다 덜한 것 뿐이었다.
그 날 이후 일은 점점 복잡해져 갔다. 눈에 보이게 종업원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서는 너무 늦어져서
주문이 밀리기 일쑤였고, 그렇게 퉁퉁 부은 면발의 짜장면이 그대
로 홀로 나오곤 했다. 홀의 직원들은 슬금슬금 지배인의 눈치만
보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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