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호는 생각이 달랐다. 하는 일은 다를지언정, 종배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 일이 표시가 나지 않
는 일이었지만 월급에까지 차이를 둘 필요는 없었다. 만호는 지배
인의 그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무래도 그 문제가 종배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만호는 종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너 솔직하게 말해 보그라. 참말로 일자리를 구한기가? 아니면
누가 뭐라 카드나?"
"아, 아니라예. 참말로 일자리를 구했으예."
"그래, 무슨 일을 구했는데?"
종배가 쭈빗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거짓말이었다.
만호는 당장 일어나 지배인과 주방장을 만나러 갈 참이었다. 이건
그대로 두고 볼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지배인과
주방장이 눈에 거슬린 것도 있었다. 마치 월급을 올리고, 거래처
를 바꾼 것이 자신들의 공인 것처럼 종업원들 앞에서 대장처럼 군
림하던 그들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종업원들에게 일정 부분의 돈
도 빼앗아 간다는 소문도 들렸다. 이번에 바로 잡지 않는다면 지
배인과 주방장의 기세가 하늘을 찔러 만호 자신도 어쩌지 못할 지
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던 차였다.
막 밖으로 나가려던 만호를 종배가 잡아 세웠다.
"그만 두게 해주이소. 사장님예..."
종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일단 만호는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제야 종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디 있을 낀데?"
종배는 말이 없었다. 그것은 갈 곳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증거
였다. 만호는 그런 종배를 보며 다짐을 받듯 말했다.
"일단은 여그 그냥 있거라. 내가 말해볼 테니까네."
만호는 나가는 종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닌듯 싶었다. 지배인이나 주방장이나 자신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종업원에게 압력을 가해 그만두게 한다는 건 만호네 식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호는 그날 저녁 지배인과 주방장을
불러들였다, 두 사람 모두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들어섰다.
만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직원들을 위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은 좋은데, 일하는 아를
나가라고 하는 건 내가 못 봅니다. 앞으로 직원들의 채용에까지
신경 쓰실 겁니꺼?"
만호의 직접적인 언급에 지배인의 눈썹이 꿈틀 움직이는 게 보
였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지배인
하고는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다. 친해지기는 커녕 인간적으로도
이해하는 바가 적었다. 그것은 아마도 지배인의 입장에서도 마찬
가지였을 것이었다. 역시나 만호의 직접적인 질문에 지배인 역시
직접적으로 대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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