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기서만 4년째입니다.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그렇구요.
그래서 말인데요. 물론 사장님께서 다른 곳보다 저희들을 많이 챙
겨주고 봐주신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마음으로 신경 써주는 것보
다 월급쟁이들이야 확실하게 돈으로 책임져 주는 게... 그래서
어렵게 제가 대표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만호는 속으로 조금 씁쓸했다. 원래 사람이 똑 부러지고, 매사
말이 많은 건 알았지만 이런 일까지 사무적으로 처리하려는 지배
인이 갑자기 정이 확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4년 동안 만호를
겪어보았다면 알만도 하련만, 저 사람은 그냥 사장 대 직원으로만
느끼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호는 술잔을 비우며 물었다.
"그래,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제. 내도 항상 걸리던 문제다.
그래 얼마나 생각하고 있드노? 종업원들은?"
"20정도 더 올렸으면 좋겠다고 저희들끼리는 말을 맞췄습니다."
"흠...."
전 직원에게 20만 원씩 올려서 월급을 지급한다면, 가게에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되는 금액이었다.
만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월급 인상 문제는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현재 만호의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아
직 갚아야 할 빚도 있었고,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계산도 다시 해봐
야 했다. 만호는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도 아이고, 내도 나름
대로 계산기를 쪼매 두들겨 보고 적당한 선을 찾아야 하니까네,
조금만 시간을 주이소."
"예. 그러면 이번 주 안으로 결정이 될까요?"
만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배인은 말을 끝내자마자 알았다는
듯 술잔을 비웠다. 마치 제 할 일은 다 끝낸 사람처럼 보였다. 지
배인의 용무가 끝나자 이번에는 주방장이 만호에게 말했다.
"사장님예, 주방에 재료상을 바꾸면 안 되겠습니꺼?"
만호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은 얼굴로 주방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방의 재료상이라면 채소가게 아저씨와 더불어 그런
10년 넘게 밀가루와 단무지를 대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재료상들을 바꾸자는 건가 싶어서 만호는 멀뚱거리며 주방장을
돌아보았다.
"일단 채소가 신선하지 않습니더. 특히 요즘에는 자꾸만 시들어
빠진 것들만 가져옵니더. 그리고 밀가루는 제가 예전에 대던 재료
상의 행님이 더 싸게 준다 카네예! 단무지도 훨씬 달짝지근한 곳
이 있구요. 제가 알아보니까네 원가도 훨씬 싸고, 질도 그다지 나
쁘지 않아서... 바꿨으면 합니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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