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 주방장은 만호네 중국집을 떠나갔다. 오 주방장은 떠
나기 전에 몇 사람 면접을 보고 알맞은 사람을 찾으려 애썼지만
끝내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당분간 만호가 주방을 책
임지기로 했다. 오 주방장은 가면서도 내내 미안해했다. 그럴수록
만호는 오 주방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만호는 주방일도
안 하다 하니 고되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났을 때, 김 지배인이 자신이 아는 동생이라
며 한 사람을 데려왔다. 서울에서 큰 중국집에서 일하던 동생인
데, 자신이 사정을 이야기해서 억지로 데려왔다며 너스레를 떨었
다. 만호는 일단 급하기도 했거니와 보아하니 손놀림이 제법 빨라
보여 문 주방장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김 지배인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지만 일하는 것은 오히려 더 노
련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오 주방장이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채용하기로 한 것은 만호가 주방과 카운터의 일을 함
께하기 어려운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김 지배인과 뜻이 잘 맛
아 주방과 홀 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아서였다.
사실 오 주방장이 있었을 때에는 종종 김 지배인과 싸움이 벌어
지곤 했다. 싸움이라고 해봐야 성질 급한 김 재배인이 일방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고, 제 혼자 삭이고 들어와 없던 일
처럼 무마하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소란이 이제는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덜컥 채용을 한 것이었다. 김 재배인의 고향 후배여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생인데다 제법 중국집에서 오래 일을 했
던 터라 손발도 잘 맞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별 문제없이 잘 굴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눈에 띄게 종업원들의 표정이 어두워가는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재잘재잘 잘 떠들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일만 하는
거였다. 게다가 슬금슬금 지배인의 눈치를 보는 것도 같았다. 만
호는 슬쩍 주방 쪽도 돌아보았다. 주방 쪽은 주방장의 지시에 일
사천리로 움직였다. 주방장 밑으로 보조주방장과 잡일을 하는 아
이가 하나 있었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움직이는 것이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들처럼 보였다.
그제야 만호는 뭔가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기강을 잡고 있는 것
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심하게 군기를 잡았으면, 아덜
얼굴이 저리 굳었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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