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종배는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 종배를 만호는 엄
하게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짜장면이나 한 그릇 묵고 가라. 그라고 니 전에 일한 월급도 안
받아갔다. 임마야!"
"예? 사장님....."
종배는 허겁지겁 짜장면을 먹었다.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비워냈다. 그 옆에서 바라보던 여동생과
지배인이 쯧쯧 혀를 차며 그런 종배를 바라보았다.
"니 서울에서부터 내내 한 끼도 못 먹었제?"
"원래, 못 할 짓하고 떠나면 신수가 편하지 못하는 법이야. 네가
그때 돈 훔쳐서...."
지배인은 거렁뱅이가 다 되어서 돌아온 종배에게 모진 말을 퍼
부었다. 가만히 종배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 만호가 인상을 쓰며
그런 지배인의 입을 막았다.
"고마 하이소. 밥 먹다 체하겠구마."
김 지배인은 가끔 말을 너무 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은 똑 부
러지게 하지만 잔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식당에서 사람에게
정을 베풀어도 돌아오는 건 어제나 뒤통수 때리는 사람들 뿐이라
며 매번 만호에게 너무 정이 헤프다고 타박을 놓기도 했다. 그럼
때마다 만호는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다리는 우짜다 그리 됐노?"
짜장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끔하게 목욕까지 하고 나온
종배에게 여동생이 물었다. 종배는 만호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와
앉으며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깨끗한 종배의 얼굴을 보니 이제
야 예전에 그 어린 소년 종배의 얼굴이 보이는 듯도 했다.
그 몇 달 사이 얼굴 살이 빠져서 핼쓱해졌다. 게다가 거렁뱅이처
럼 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씻기고 나니 여기저기 상처가 난 얼
굴하며 팔둑이 엉망진창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울 생활이 얼
마나 고달팠는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서울에 도착해서 그 가시내가 자기가 아는 오빠를 찾아가자고
해서 그리로 갔다 아임니꺼. 가보이, 아는 오빠라는 사람이 영등
포에서 알아주는 주먹이라 카데예. 그 길로 가시내는 어디론가 달
아나뿔고, 지는 그 자식 밑에서 끌려 들어가 매일 동냥질만 했어
예... 가진 돈도 다 빼앗기고...."
"쯔쯔.... 거봐라.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말없이 달아날 때
내 알아봤다."
여동생이 혀를 차며 한탄을 늘어지게 내놓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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