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힘이 쭈욱 빠지는 듯했다. 만호는 잡았던 멱살을 놓았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종배의 꼴을 보니 마음
이 너무 아파 그러는 것이엇다.
만호는 종배의 등짝을 사정없이 때렸다. 퍽퍽! 한 대, 두 대, 연
이어 때렸다. 종배가 악을 쓰며 대들었다.
":갚으모, 돈 갚으모 된다 아임니꺼! 고마 하이소! 내가 여기 온
게 미친 놈이제...."
그 말에 만호는 더욱 더 화가 났다. 왜 그리 화가 났는지 모르겠
지만 아마도 마음이 아픈 탓일 것이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종배
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한 번도 그렇게 화를 내는 모양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종배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호는 토해 놓듯
종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임마야! 니는 내가 그깟 돈 몇 푼 갖꼬 이러는 거 같으나? 도망
쳤으면 잘 살아야제! 니 꼴이 이기 뭐꼬! 다리는 또 와..."
숨이 턱 막혔다. 더 이상 말이 나오질 않았다. 동생처럼 챙기던 녀
석이 다리 하나는 절고 온 몸은 어디서 굴렀는지 거렁뱅이가 다
되어서 돌아오니 한심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 그 다리로, 우째 묵고 살라꼬 그라노! 어이!"
그 소리에 종배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엉엉 소리
내어 훌쩍였다. 그 모습을 보자 만호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가시내 아는 오빠가 서울서 사람 찾는 일을 한다꼬, 우리 어
무이 찾아준다꼬.... 그래서 갔다 아임니꺼! 엉엉!!"
종배는.... 엄마를 찾아 떠났던 거였다. 종배는 어릴 적 엄마와
헤어졌다. 사진 한 장 달랑 남기고 돈을 벌어 오겠다며 어린 종배
를 두고 집을 나갔다 했다. 가끔 종배는 엄마 이야기를 하며 나중
에 돈을 벌면 엄마를 찾겠다고 했었다. 그 여자애가 종배의 약한
부분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만호는 그래서 더욱 더 종배가 마음
아팠다.
비록 배운거 없고 거친 시장에서 살아온 종배였지만 누구보다
순진하고 누구보다 착했던 아이였다. 한 순간, 친구를 잘못 사귀
고 여자를 잘못 만나 이렇게 망가진 종배를 보자 더욱 더 안타까
웠다. 만호는 우는 종배를 일으켜 세웠다.
"들어가자. 드가서 이야기 하자."
종배가 고개를 저었다.
"누야 얼굴이랑..... 지배인 아자씨 얼굴을 우째 봅니꺼!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오다 보이, 여기까지 온김니더. 아닙미더! 그냥 갈
랍니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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