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그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떠나간 종배가 걱정되기도
하여 말없이 아내의 손만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다. 한동안 종배 때문에 마음고생
을 한 만호 역시 어느새 종배를 잊어버렸다. 챙겨야 할 가족들이
너무 많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문제들이 터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종배가 나타났다. 누구보다 놀란 건 만
호였고, 가슴이 아픈 것도 만호였다. 해가 진 어느 날 저녁, 사람
을 만나기 위해 외출을 하고 돌아오던 만호는 중국집 사거리 앞에
서 가게를 기웃거리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절뚝거리는 소년은 한 눈에 보기에도 동네 거렁뱅이처럼 보였다.
만호는 예전 시장에서 보던 그런 아이들 중에 하나겠지 생각하
며 그 앞을 지나쳤다. 만호를 바라본 소년은 후다닥 반대편으로
뛰어갔고, 그 바람에 절뚝이는 다리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지나가던 만호는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리고 길바닥 저만치에 넘어진 아이를 보게 되었고, 만호는 다가가
그 소년을 일으켜 세웠다.
"괘안나? 조심하지, 몸도 성치 않으면서 우째...!"
만호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그 소년이 바로 종배였던
것이다. 땟물을 묻힌 채 다 헐어 빠진 옷을 입고, 다리는 절뚝거리
는 그 아이. 다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잡아끌어 발에 끼우며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일어나며 만호를 밀쳐 냈다.
"괘, 괘안심더."
조금은 키가 컸고, 머리도 더 자랐고, 그 전보다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있었지만 종배는 종배였다. 만호는 부랴부랴 일어나 가려
는 종배를 잡아 세웠다. 종배의 얼굴이 더욱 더 땅을 파듯 숙여졌
다. 만호가 악착스레 종배의 얼굴을 잡아 올렸다.
"종배 아이가? 니 종배 맞제?"
말없이 종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고개를 외면한 채 만호를 마
주 쳐다보지도 못했다.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서울로 도망쳤으면
잘 살기라도 할 것이지... 이 몰골이 대체 뭔지...
만호는 다짜고짜 종배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리고 종배의 멱살
을 잡아 올렸다. 갑작스런 행동에 종배 역시 놀란 모양이었는지
어리벙벙해 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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