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말없이 오늘 배달 갔던 곳의 주소를 들고 그릇을 수거하
러 갔다. 다짐을 하고 도망가려고 했던 녀석이라면 그릇들을 수거
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릇들을 수거하기 위해 한 집 한 집 찾아다니며 만호는 점점 더
쓸쓸해졌다. 믿고 있던 동생이었는데, 그릇도 돈도 모두 가지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중국집으로 돌아오면서 만호는 한숨
을 푹 쉬었다.
"조금 있다 나가지. 월급도 아직 안 받았는데, 그노마 돈은 있는
지.... 휴."
만호는 저 멀리 뻗어 있는 도로의 끝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 있
었다.
조금만 더 참고 일하다 주방 기술이라도 배워 나갈 것이지,
아무런 기술도 없이 서울에서 어찌 살아가려 그러나 만호는 내심
종배가 안타까웠다. 어쩌면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더욱 더 동생
같아 그러는지도 몰랐다. 만호가 빈손으로 터널터널 돌아오자, 그
럴 줄 알았다는 듯 지배인이 쌍심지를 켜며 종배 욕을 해댔다.
"내가 서울에서 일할 때도 많이 봤습니다. 종배 같은 자식들! 꼭
도망칠 때는 그러고 간다니까요! 수금한 돈을 모두 챙기고, 몇 푼
이나 받겠다고 그릇들을 챙겨 가는지...... 나쁜 놈들...."
지배인이 거품을 물고 종배를 욕하자 그 옆에 서있던 여동생도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우리가 지를 얼마나 귀여버 했는데.... 우째 이리 은혜를 원수
로 갚노."
만호는 속이 상했다. 수금해간 돈이야 몇 푼이나 된다고 그걸 들
고 가서 이리 욕을 먹나 싶기도 했다. 애가 순진해서 그마저도 여
자애에게 몽땅 빼앗길 것을 알자 오히려 종배 그 녀석이 걱정스럽
기까지 했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사람 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
을 터인데 젊은 혈기로 무작정 떠난 서울이 종배에게만 특별히 쉬
울 리가 없었다, 만호는 그날 밤 내내 종배 생각에 잠을 뒤척였다.
그런 만호를 보며 아내가 한마디 했다.
"그만 걱정하이소. 정이 고픈 아라, 그리 했을 겁니더. 일가친척
도 없고, 가족도 없이 지내다 보이. 지 좋다고 매달리는 가시내를
보고 마음이 움직인거라예. 잘 살기라예."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날 점심 배달하여 번 돈도 다
잃어버리고 그릇마져도 잃어버렸는데도 종업원 걱정을 하는 만호
를 타박할 수도 있으련만, 아내는 오히려 만호가 종배에게 신경
쓰는 그 마음을 더 걱정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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